[전문기자 각당 공약 분석] (2) 건설·교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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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선거 후엔 우리 국토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25m이던 국도의 접도(接道)구역이 선거를 치를 때마다 5m씩 줄다가 결국은 모두 없어졌다.

그 때문에 주택.상가가 국도에 바짝 붙었고 주민들은 자동차 소음에 시달리면서 하루종일 교통사고를 걱정하며 지낸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이던 '그린벨트' 는 이번 선거에선 찬밥 신세다. 정부가 환경단체의 극력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 때 "대폭 풀겠다" 는 공약을 지킨 때문이다.

이처럼 국토는 선거 때마다 훼손되고 비효율화돼 간다. 국토 개발에 관한 한 처음엔 전혀 말 같지 않은 공약(空約)도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난다.

▶공약〓민주당과 자민련을 제외하면 다른 당의 건설.교통 분야 공약은 한두 가지에 불과하다.

민주당 공약 중엔 '지역균형발전 추진' 이 가장 눈에 띈다. 대통령 직속으로 지역균형발전 3개년 기획단을 설치하고, 인천-원주-강릉-속초축을 수도권 기능 분산 수용 차원에서, 군산-전주-대구-포항축을 동서연계교류 차원에서 집중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내용이 없다.

민주당은 과거에도 여러 번 내세웠던 "도로.공원 등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대폭 해제하겠다" 는 공약을 다시 내세워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인다.

그러나 "군사시설보호구역을 군작전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 는 공약은 약속보다는 우선 시행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건설산업구조를 개편하겠다" "부실공사를 근원적으로 방지하겠다" 는 공약은 정부가 오래 전부터 추진해오던 정책이다.

자민련은 민주당과 다른 지역균형발전 개념을 제시했다. 자민련은 '수도권' 을 강조하며 수도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서울~기흥에 이르는 벤처산업벨트를 조성하고 수도권의 국제업무기능도 확충하겠다" 고 공약했다.

정부의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이나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바람직한 수도권 발전축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공약이다. 자민련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대폭 해제 또는 보상' 을 공약했다.

한나라당은 '추석.설 기간 고속도로통행료 전액 면제' 와 '획기적인 대중교통 육성방안 추진' 이 지금까지 내세운 공약의 전부다. '통행료 면제' 는 평소에 당 차원에서 검토해 관계기관에 제안했으면 모르되 선거 때 공약으로 발표하는 것은 '선심' 의 냄새가 너무 짙다. '대중교통 육성' 은 선거 때마다 모든 당이 써 먹는 단골메뉴다.

이외에 한국신당은 "자동차세 부과방식을 차령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금을 줄인다" 는 공약을 내세웠다.

▶쟁점〓 '수도권 도로.철도 투자 증대' '택시기사 전액월급제' 는 대부분 찬성해 선거 후 추진에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버스전용차로 택시진입' 에 대해 민주당은 '문제 있으면 재검토' 라지만 한나라당.자민련 등 야당이 교통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반대론에 선 만큼 성사가 불투명하다.

대도시 저밀도 아파트를 고층.고밀화하는 재건축은 자민련은 반대, 한나라당은 답변유보, 민주당은 계획적 추진 등 입장이 달라 미묘한 문제임이 재확인됐다. 판교신도시 개발은 여러 당이 반대해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고, 분당.일산 등 신도시 상업지구를 아파트단지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하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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