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세종시 구체안 안 밝혀 … 총리실 입장도 자꾸 바뀌자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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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세종시 특별위원회 정의화 위원장(왼쪽)이 24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대전·충남 지역 인사들로부터 세종시와 관련한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논란을 지켜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답답하다. 청와대 구상을 뒷받침하려는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더 그렇다. 김용태 의원은 “구체적 내용을 알아야 홍보를 할 텐데 청와대에 이를 알려 달라고 해도 ‘상당히 준비하고 있다’는 대답만 하더라”며 “두 달 전에도, 한 달 전에도, 보름 전에도 물어봤는데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런 식인 게 1년이 다 됐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의 한 의원은 “올 초 세종시의 법적 지위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처리하려 하자 청와대에서 ‘세종시 대안을 내놓을 테니 시간을 벌어 달라’고 했다”며 “매번 ‘곧 대안을 내겠다’는 말만 믿고 미뤘다가 도저히 안 되겠기에 지난 7월 법안심사소위를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한 초선 의원은 “아직도 대안을 못 내면서 도대체 10·28 재·보선 직전에 이걸 터뜨린 이유는 뭐냐”고 말했다.

총리실이 던지는 세종시 수정 구상도 의원들을 헷갈리게 한다. 지난 13일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행정 중심에서 기업 중심으로 도시의 개념을 바꾸는 목적”이라고 말했으나 일주일 뒤 정운찬 총리는 “과학 콤플렉스(복합)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차명진 의원은 “세종시는 행정 낭비와 안보 공백이 문제인데 애초에 불가능한 50만 기업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 등 핀트가 안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참고 기다리자’가 원내대표단 지침이 될 정도”라고 신지호 원내부대표는 말한다.

그나마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처음부터 총리를 내세울 게 아니라 대통령이 나섰어야 한다”(한 초선 의원)는 불만도 있지만 “대통령이 진솔하고 화끈하게 사과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진수희 의원)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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