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프런트] 경차 권하는 국토부, 공용 518대 중 둘만 경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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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24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의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1000㏄ 미만의 경차 택시를 도입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 개정안을 발의한 국토해양부는 “경차 택시가 도입되면 서민들이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과천의 국토부 청사. 공용차가 주차돼 있는 청사 앞에는 경차가 한 대도 없었다. 청사 옆과 뒤에 있는 주차장에서도 경차를 볼 수 없었다. 국토부 청사 방호원 김모씨는 “청사 주변 주차장은 대체로 공무원과 관용 차량”이라며 “중형차는 많지만 경차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겉으로는 경차 활성화를 내세우면서 정작 자신들은 경차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경차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 등록세·취득세를 면제해 주는 것과 같은 세제 지원 정책을 발표해 왔다. 고속도로통행료·도심혼잡통행료 50% 할인 등의 당근책도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경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차 보급률 순위를 발표하기도 했다. 제주도의 경차 등록 비율이 12.9%로 1위였고, 4.9%인 서울은 16개 시·도 가운데 꼴찌였다. 이런 정책 덕에 국내 전체 등록 차량 중 경차가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어섰다. 올해는 10월 초 현재 116만 대로 늘었다. 전체 등록 차량(1720만여 대) 중 6.8%에 달한다.

국토부나 정부는 정반대다. 국토부가 사용 중인 공용차 518대 중 경차는 2대(0.4%)에 불과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4대였다. 이는 서울 지역 경차 보급률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구입한 차량은 도로 청소나 제설에 쓰는 특수차량이 많았다”며 “승용차는 6년인 내구 연한을 넘겨 가며 사용 중이어서 경차 비율이 낮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가 매년 새로 구입한 공용차의 경차 비중은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2%가 채 안 됐다. 정부가 2006년 새로 구입한 승용차 2973대 가운데 경차는 47대(1.58%), 2007년에는 3543대 중 30대(0.85%), 지난해는 823대 중 9대(1.09%)였다. 이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모든 공공기관은 업무용 승용차를 구입할 때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경차나 하이브리드차로 채워야 한다’는 총리실 지침(1996년)에 어긋나는 것이다.

한나라당 신영수 의원은 “온실가스 감축안까지 내놓은 대한민국 정부가 에너지 절약과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을 외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정부 공용차를 경차나 하이브리드카로 전면 교체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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