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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열대 낙원 거제시 외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먼 옛날, 한 섬이 남쪽 바다로부터 떠내려왔다. 아무도 모르게 거제도로 다가오던 그 섬을 거제 구조라 앞바다의 내도(안섬)에서 밭일하던 아낙이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섬이 온다." 순간 섬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그자리에서 멈춰 버렸다.

이런 전설을 간직한 외도(밖섬.경남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는 정말 다른 곳에서 흘러온 것 같은 섬이다.

넓 이 4만8천평, 천천히 산책하며 섬을 도는 데 30분이 소요되는 작은 바위섬에는 뭍에서 볼 수 없는 종려나무.야자수.소철 등 아열대 식물들이 그득하다.

육지에서 4월 중순에야 피는 튤립을 한달 앞서 볼 수 있을 정도로 기후가 따뜻하다.

3월 중순부터 11월까지는 크로코스.에리카.동백 등 6백여종의 꽃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섬을 원색으로 물들인다. 그런 낙원 안에서 물총새.까치.솔개 등 수많은 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섬내 건물들은 남유럽 풍의 하얀 벽에 빨간 지붕을 하고 있다. 하얀 대리석 조각작품들이 늘어선 섬중턱 '비너스의 정원' 에서 스피커를 통해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이를 듣노라면 지중해 외딴 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빽빽이 들어선 대나무숲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새파란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작은 배가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풍광을 보노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외도는 원래 8가구 주민들이 밭을 일구며 사는, 보잘 것 없는 섬이었다.

1969년 7월 어느날 사업을 하던 이창호(66).최호숙(64) 부부가 낚시를 하러 찾아오면서 섬의 운명이 바뀌게 됐다.

동백나무들이 땔감으로 마구 베어지는 것이 안쓰러웠던 이씨 부부는 3년에 걸쳐 섬을 사들였다.

그리고는 열대식물과 각종 꽃으로 조금씩 섬을 가꿔나가 95년 '외도 해상농원' 으로 문을 열었다.

섬 조경은 최호숙씨의 작품. 최씨는 "관광객들이 '한국의 파라다이스라는 소문을 듣고 왔는데 말 그대로다' 라고 할 때, 재산을 바쳐 섬을 가꾼 보람을 느낀다" 고 말한다.

최씨의 말처럼 한 번 다녀간 관광객들이 외도의 풍광을 입소문으로 퍼뜨려 여름 휴가철에는 하루 5천명, 초봄인 요즘도 평일 1천명, 주말에는 2천명 가량이 들리는 관광 명소가 됐다.

외도 여행시 거제도에 들를만한 곳으로는 해변이 동글동글한 돌로 가득찬 학동 몽돌해수욕장과 근처의 팔색조 도래지, 거제시내의 포로수용소 등이 있다.

▶교통편〓거제시의 장승포(0558-681-6565).와현(681-2211).구조라(681-1188).학동(636-7755).도장포(632-8787).해금강(633-1352) 유람선선착장에서 수시로 배가 뜬다.

모두 외도 가는 길에 해금강의 비경을 둘러보게끔 돼 있다. 외도에는 1시간 30분동안 머문다.

배삯은 왕복 9천~1만원. 여기에 외도해상농원 입장료 3천원과 한려해상 국립공원 입장료 1천원이 붙는다. 부산항에서 장승포까지 여객선을 타고 간 뒤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외도 관광문의〓02-2252-9400, 0558-681-8430. 외도 홈페이지(http://www.oedoisland.com)에 자세한 관광정보가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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