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마시면 배탈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해결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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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마시기만 하면 속이 거북하다면서 우유를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 있다. 특히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들중에 많다. 이들이 우유를 마시면 배에 가스가 차고 설사를 하는 등 배탈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유당(우유 안에 든 탄수화물의 대부분을 차지)을 분해시키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적게 분비되는 것이 원인이다. 이를 유당 불내증이라 한다.

이런 증상은 유럽ㆍ북미 등 백인에겐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동양인ㆍ흑인ㆍ히스패닉(라틴계)엔 발생률이 높다.

유당 불내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성장하면서 락타아제의 분비가 서서히 감소하는 것이다. 락타아제 분비량은 보통 유아기 때 최고치를 나타내다가 2세 이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되면 락타아제의 활성이 유아기의 5~10% 수준까지 떨어진다.

유당 불내증은 당사자에게 심히 괴로운 증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병으로 분류하기엔 2% 부족하다. 우유 등 유제품을 접했을 때 대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어서다. 자신이 소화 가능한 양의 유당만 섭취한다면 생기지 않는 증상이다.

우유를 마시지 않거나 우유에서 유당을 아예 제거해버리면 어떨까? 두 방법 모두 권장되지 않는다. 우유는 ‘완전식품’인데다 ‘칼슘의 왕’이어서 많은 영양학자들이 하루 한팩은 마실 것을 권한다. 또 유당은 두뇌 형성과 혈당 유지를 돕고 장내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의 성장을 촉진해 변비를 예방하는 성분이다. 유당은 또 칼슘의 흡수율도 높여준다. 따라서 요령껏 우유를 마셔서 유당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것이 더 현명하다.

유당 불내증으로 우유를 마시지 못한다면 다음 6가지 전략이 유효하다.

해법 1, 다른 식품과 함께 섭취한다
우유를 빵ㆍ시리얼 등 다른 식품과 함께 먹으면 우유의 소화가 이 식품들과 함께 일어난다. 따라서 우유의 유당이 소장에 더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천천히 락타아제의 작용을 받게 된다. 유당이 서서히 소화되면 유당 불내증이 나타나지 않는다.

해법 2. 우유를 조금씩 자주 마신다
유당 불내증은 다량의 유당이 단시간에 흡수될 때 생기는 증상이다. 따라서 우유를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 보다는 소량씩 여러 차례 나눠 마시면 유당 불내증을 피할 수 있다. 예컨대 평소에 우유 500㎖를 마신 뒤 유당 불내증을 경험했다면 250㎖씩 두번에 나눠 마셔본다. 200㎖만 마셔도 유당 불내증이 나타났다면 100㎖씩 두번에 나눠 마신다.

해법 3, 우유를 미지근하게 데워서 마신다
우유는 냉장 보관이 원칙이다. 냉장고(5도)에서 막 꺼낸 찬 우유는 위 속에서 위산에 의해 부드러운 덩어리로 바뀐 뒤 빠르게 소장으로 내려간다. 위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것이다. 반면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마시면 위 속에서 우유 덩어리가 단단해져 위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유당이 천천히 위를 통과하므로 락타아제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유당을 처리(분해)할 수 있게 된다.

해법 4, 우유 대신 유제품으로 섭취한다
치즈ㆍ요구르트 등 유제품은 발효과정에서 20∼30%의 유당을 사용한다. 따라서 락타아제가 처리해야 할 유당의 양이 줄어들어 우유보다 더 잘 소화된다. 우유와 요구르트를 섞어서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요구르트에 든 유산균은 장에서 유당을 분해시킨다. 또 장내 유해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해법 5. 두유를 대신 마신다
우유의 당질(탄수화물)은 대부분 소화시키기 힘든 유당이다. 이와는 달리 두유의 당질은 ‘웰빙 성분’으로 통하는 올리고당이다. 유당 불내증을 지닌 사람에겐 두유가 훌륭한 대체음료가 될 수 있다. 콩엔 유당이 일절 들어있지 않다.

해법 6, 유당을 미리 분해한 우유를 사서 마신다
‘락타아제 프리 우유’ㆍ‘락토 프리 우유’ 등 우유의 유당을 인위적으로 분해시킨 제품이 이미 출시돼 있다. 유당 불내증이 심한 사람은 마트에서 이런 우유를 구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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