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태광산업의 대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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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섬업체인 태광산업이 오랜 침묵을 깨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업체인 태광산업은 돌다리도 몇 번씩 두들겨 보고 건너는 업체로 유명하다. 창업주인 고 이임용 회장의 처남인 이기택 전 의원이 오랜 기간 야당의원으로 활동하는 바람에 태광산업은 다른 재벌과 달리 확장을 삼갔다. 이 바람에 자본금 55억원인 태광산업은 모두 1조4000억원의 자금을 사내에 비축하고 있다. 자본유보율에서 국내 최고다.

◆ 케이블TV 강자로 변신=요즘 케이블TV시장에서 태광산업의 몸집 불리기는 의외로 비춰질 정도다. 태광산업은 이달 초 343억원을 쏟아부어 케이블TV전송사업자(SO.System operator)인 강서방송과 인천케이블TV남동방송을 계열사로 추가했다. 이로써 태광산업은 17개 SO를 계열사로 두게 됐다.

현재 태광산업 계열 SO는 모두 2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전체 케이블전송TV시장의 18%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위 업체인 C&M(가입자 130만명)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태광산업의 케이블TV전송시장 진출은 지난해 10월 코스닥 등록업체인 한빛아이앤비를 663억원에 인수하면서 본격화했다. 당시 한빛아이앤비의 2대 주주였던 큐릭스를 제치고 태광이 인수에 성공한 것은 막강한 자본력 덕분이었다.

◆ "바꿔야 산다"=태광산업 주가는 10일 거래소 시장에서 16만7500원을 기록했다. 과거의 태광산업 주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것이다. 1999년 7월 초 태광산업 주가는 79만8000원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14만원대였다. 90년대 중반까지 태광산업은 SK텔레콤을 제치고 최고의 황제주 자리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태광산업 주가는 99년 이후 계속 떨어졌다. 태광산업의 주력 부문인 섬유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기업문화가 지극히 은둔적이었던 태광산업은 섬유산업의 한계를 일찍 감지하고, 94년부터 은밀하게 케이블TV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태광산업의 한 관계자는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는 앞으로 10년 이내 중국 등 후발 개도국에 덜미를 잡힐 것"이라며 "울산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등 섬유 부문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대신 케이블TV 부문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 태광의 미래는=태광산업은 이제 크게 몸집 불리기에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방송법상 1개 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SO 보유 제한선에 거의 도달했기 때문이다. 방송법에 따라 전국 케이블TV 시장은 77개 권역으로 나눠져 있고, 1개 기업은 15개 권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태광산업은 현재 13개 권역에서 SO를 보유하고 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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