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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강도서 8~9일 두차례 대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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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 양강도의 김형직군(郡) 월탄리 후창역에서 2~3㎞ 남쪽으로 떨어진 지점에서 8일 밤과 9일 새벽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12일 밝혔다. 9일은 북한 정권 수립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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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밤 11시쯤과 9일 새벽 1시쯤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인 김형직군 후창역 부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며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과 인적.물적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폭발 직후 국내 관계기관 두 곳에서 같은 시간대에 거의 동시에 폭발사고를 인지했다"며 "자체적으로 확보한 위성사진 및 각종 영상 정보를 토대로 상황을 분석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위성사진으로 판독될 정도로 커다란 구덩이가 파인 것으로 볼 때 티엔티 1000t 이상의 폭약이 터진 것과 같은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지난 4월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보다 규모가 큰 것"이라며 "하지만 폭발지역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 인적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일부에서 핵 실험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영상자료 판독 결과 강력한 폭탄이 폭발한 뒤 생기는 짙은 연기가 지름 3㎞ 범위 내에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을 뿐 핵 실험 때 나타나는 버섯구름 모양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정동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NSC 상임위를 소집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폭발사고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고 확인 중에 있지만 핵 실험과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알고 있는 한 북한은 핵 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그들이 핵 실험을 한다면 미국보다는 이웃국가들이 더 화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단순한 폭발사고인지 의도적인 사고인지는 좀더 자료를 정밀 분석해봐야 알 것 같다"며 "폭발사고 당시 구름이 많이 끼어 있어 정확한 분석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 서울의 한 소식통은 "김형직군의 영저리에는 비밀 미사일 기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사고 지점인 후창역 부근은 미사일 기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며 "오히려 지하에 구축돼 있는 군수공장이나 무기고에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또 다른 소식통은 "사고 지점은 화물차가 자주 다니는 곳으로 열차나 기차역에서 폭발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부는 "지상 핵실험 때 나타나는 낙진이 현재 국내에서는 전혀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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