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수익률 -, “굿바이 베트남” 할까 말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설정 당시만 해도 베트남은 ‘작은 중국’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이후 3주 만에 수익률이 30%까지 치솟았다. 이에 끌린 투자자들은 펀드에 가입하느라 줄을 서야 했다.

하지만 2007년 말을 고점으로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중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설까지 퍼지면서 신흥시장 중 가장 먼저 추락했다. 올 들어서는 호찌민지수가 76% 이상 상승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요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매 제한은 풀렸는데=설정액이 4419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인 ‘한국투자 베트남적립식1’은 21일로 3년의 환매 제한 기간이 끝났다. 환매수수료 부담 없이 수시 환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보통 베트남 펀드는 중도 환매가 안 되거나 제한 기간이 길다. 베트남 증시의 규모가 작아 펀드가 투자한 상당수 기업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둔 장치다. 또 대부분의 펀드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채권과 함께 투자하는 주식혼합형으로 출시됐다. 주식을 얼마나 담느냐에 따라 수익률 차이도 크다.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한국투자 베트남적립식1’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27.4%다. 적립식 투자자 중에는 원금을 회복한 경우도 있지만 당시 거치식을 선택한 투자자가 많았다. 중국 주식형펀드의 3년 수익률이 24.48%, 인도가 33.22%인 것을 감안하면 다른 신흥국 펀드보다 금융위기의 타격을 더 크게 받은 셈이다.

이 펀드를 전후로 나온 ‘한국 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1’과 ‘한국 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2’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각각 3.51%, -33.66%에 머물고 있다. 뒤이어 나온 ‘미래에셋맵스오퍼튜니티베트남주식혼합 1’(0.86%), ‘GB블루오션베트남주식혼합 1’(-27.89%) 등도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타이밍 선택이 고민=전문가들은 급하게 환매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권한다. 베트남 경제가 아직 회복 과정에 있어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손실이 난 해외 펀드에 대해선 내년까지 비과세가 연장되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센터장은 “다른 해외 펀드에 비해 회복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베트남 경제가 현재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며 “내년까지는 지켜볼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시장 기반도 다소 확충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투신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서정두 본부장은 “3년 전에는 하루 거래량이 1000억원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2000억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도 늘어나 내부의 투자 저변도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베트남은 중국·브라질 등 다른 신흥시장과 비교해 여전히 시장 발달 수준이 처지고, 변동성이 높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 팀장은 “경제발전이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만큼 앞으로도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며 “전체 투자자산에서 베트남 펀드의 비중이 크다면 위험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한국이나 다른 신흥국가 펀드로 분산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