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유 34달러, 당국은 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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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34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1년 새에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도 모자라 유가는 당분간 더 오를 조짐이다.

국내 도입 원유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 원유도 배럴당 26달러를 넘어섰다. 원유값이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우리의 연간 무역수지는 10억달러의 구멍이 난다. 게다가 물가에 비상이 걸리고 전체 경제운용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정부 대책은 임시변통의 범주를 계속 맴돌고 있다.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면 '비축물량 방출.최고가격제 실시' 등을 무슨 만능의 카드인 양 꺼내들며 부산을 떨다 급등세가 꺾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그 대책은 유야무야되기 일쑤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에서 34달러로 치솟은 지난 1년여 동안 당국은 과연 무엇을 했던가. 선거를 앞두고 물가를 안정시킨답시고 탄력세율을 조정해 국내 소비자가격을 묶어둔 것이 고작이었다.

물론 원유가 동향은 종잡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아 지금은 값이 치솟고 있지만 마냥 오를 수만은 없다.

너무 오르면 소비가 크게 줄고, 대체에너지 개발과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생산이 활발해지면 OPEC 또한 이득이 없다. 배럴당 25달러가 적정선이라는 얘기도 이래서 나온다.

그러나 우리 같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석유정책은 이런 역학관계나 요행에 기댈 수 없다.

국제적인 '기름의 정치' 가 요동을 쳐도 우리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일관되며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서 있어야 한다.

지식정보화 추세에 맞춰 산업구조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개편하고 가격정책을 통해 유류 소비의 합리화와 절약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유가 동향을 지켜보고 다음주 중 종합대책을 강구할 것' 이 아니라 체계적인 마스터플랜 마련에 당장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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