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출구조사 보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7일 오후(현지시간) 뒤늦게 투표장으로 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은 동부지역에서 누가 승리했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선거 결과를 알고 투표한 셈이다.

땅덩어리가 워낙 커 시차가 다른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선거제도의 구멍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선거 민주주의를 해치지는 않을까.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공화당의 경우 '슈퍼 화요일' 의 13개주 중에서 두번째로 대의원이 많은 동부 뉴욕(1백1명)의 투표 종결 시간은 오후 9시. CNN 등 주요 방송은 곧바로 개표상황에다 미리 실시해 놓은 여론조사, 당일의 출구조사 결과를 합쳐 부시의 승리를 경쟁적으로 예측 보도했다.

하지만 세 시간이 늦은 서부 캘리포니아에선 아직 투표마감(오후 8시)을 두 시간이나 남겨놓은 시각이다.

직장에서 돌아와 이 때부터 투표장으로 향하는 서부지역 유권자들은 TV나 인터넷으로 동부의 결과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물론 전체 유권자 중 이렇게 늦은 시간에 투표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같은 중요한 곳에선 공화당의 경우 당원 투표의 승자가 대의원(1백62명) 전부를 차지하게 돼 있어 후보끼리 막상막하일 때는 '미리 듣는 동부 뉴스' 가 선거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들 사이에선 이 문제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현재까지는 "동부의 개표상황 모두가 미리 공개된다고 할 수 없는 데다 선거 시스템이 주마다 달라 영향이 크지 않다.

그런 사소한 문제에 신경쓰는 것보다 투표 결과를 한시라도 빨리 알고 싶어하는 유권자의 권리가 중요하다" 는 견해가 다수다.

그러나 슈퍼 화요일 같은 정당 예비선거가 아니라 대통령 선거일 때는 차원이 달라진다. 변수는 작지만 결과는 엄청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간 경쟁이 팽팽할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미국법은 대선 때는 서부의 선거가 끝나는 시간(동부시간으로 대략 밤 11시)전에는 언론이 동부나 중부의 개표결과를 보도하거나 특정 후보의 승리를 예측 보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