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고백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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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2일 바티칸 미사에서 공개할 고백 문건은 40쪽 분량이다. '회상과 화해' 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시대적 상황에 따라, 종교적 편협에 의해 2천년간 저질러진 과오를 돌이켜 보고 새로운 화합의 장을 열겠다는 취지에서 작성된 것이다.

다음은 요지.

◇ 십자군 원정〓원정에 나선 1천5백명의 십자군은 부녀자들을 포함해 7만명의 예루살렘인들을 학살하고 약탈했다. 예루살렘 거리는 발목까지 피가 넘쳤다. 여섯차례의 원정을 통해 콘스탄티노플과 베이루트 등의 도시들을 약탈했지만 예루살렘 점령엔 실패했다.

오늘날 보수적인 신학자들마저도 십자군 원정을 '중세를 통틀어 가장 잔인한 사건 중 하나' 로 간주한다. 영국 교회사학자 폴 존슨은 십자군 원정이 기독교와 이슬람교간의 평화적 공존기회를 잃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 유대인 박해〓4세기 교부 크리소스 토머스는 유대인들이 예수를 빌라도 총독에게 넘겼다는 이유로 이들을 '백정' 이라고 부르고 영원한 저주를 내렸다. 교회의 유대인 탄압이 본격화된 것은 11세기 십자군 원정 때부터다.

이후 유대인들은 희생양으로 가장 많이 이용됐다. 종교 개혁가인 마르틴 루터 조차 유대인들을 '사악하고 독살스런 뱀' 으로 묘사했다.

교황청은 1998년에야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에 대해 기독교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 교회의 가혹한 형벌〓12세기 성로마제국 황제 프레데릭 2세가 화형을 도입했고, 교황 이노센스 4세는 1252년 신앙고백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고문의 사용을 승인했다.

마녀 화형식은 15세기부터 유행처럼 번졌고 스페인.이탈리아 등에선 19세기가 돼서야 공식 폐지됐다. 지동설을 주장한 17세기 과학자 갈리레이는 종교재판소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은 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는 말을 남겼으며, 1992년 공식 복권됐다.

◇ 신대륙에서의 학살 방조〓유럽의 정복자들은 선교 등의 명분을 걸고 원주민 학살극을 벌였으며 이들은 교회로부터 이론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도미니크와 프란체스코파 수사들은 원주민들을 강제 개종시키는 선봉역할을 맡았다.

[로마=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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