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모리스, 이동통신·호텔업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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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담배사업 대신 호텔.미디어.이동통신 등 다른 사업분야에 진출, 이에 주력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흡연인구 감소와 흡연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등으로 담배 사업이 위기에 처하게 되자 필립 모리스가 최대 자산인 '말보로'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의 조사에 따르면 말보로는 2백10억달러 상당의 자산 가치를 지닌 세계 10위 이내의 브랜드다.

필립 모리스가 가장 선호하는 사업안은 최상급 호텔들을 사들여 말보로라는 이름을 붙여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 1백여개 체인을 거느린 영국계 르 메리든 호텔이 합병 대상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급 호텔의 운영은 말보로의 고급 이미지를 한층 강화시킬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밖에 위성TV채널과 케이블.잡지.이동통신업체 등을 사들여 말보로 브랜드를 붙여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은 담배회사가 브랜드 이름을 의류 및 기타 공산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수년내 담배광고와 담배회사 스폰서 금지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나 담배 브랜드를 광고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한하지 않는다.

따라서 필립 모리스의 사업 다각화 계획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만 추진될 전망이다. 현재 스위스 로잔의 필립 모리스 유럽본부와 런던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 C아이가 관련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립 모리스측은 이에 대해 일체의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난해 필립 모리스의 담배 매출은 유럽.미국에서는 제자리 걸음을 했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게다가 계속되는 소송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흡연 피해 보상금 문제로 미국내 담배사업의 파산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여러모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필립 모리스 이외의 다른 담배 회사들도 사업 다각화를 추진중이다. 말보로의 최대 라이벌인 카멜은 이미 의류사업에 진출해 있다.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는 던힐 브랜드를 의류.피혁 등 고가품에 사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벤슨 앤드 헤지스가 'B&H 비스트로' 라는 카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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