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긴자에 위치한 카페 ‘하리마야 스테이션’은 ‘공짜’ 커피 등을 마시러 온 손님들로 하루 종일 북적인다. [김현기 기자]
도쿄에선 커피에다 쌀과자까지 곁들여 먹으면 보통 500엔 정도가 시세다. 게다가 일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긴자 한복판이니 자릿삯도 간단치 않을 터다. 그런데 이게 웬일. 모든 게 공짜였다. 커피·홍차·쌀과자·오렌지주스·일본 전통차인 호지차…. 세계 최초의 ‘공짜 카페’다.
그래서인지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20~30대 젊은 직장인부터 시작해 70대 이상의 노년층까지 고객층도 다양했다. 쌀과자와 커피를 ‘확보’한 다음 테이블에 앉기 위해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이곳의 한 점원은 “평일의 경우 하루에 2000명, 주말은 3000명 이상이 온다”고 말했다.
음료수 0엔, 쌀과자 0엔이라는 카페 ‘하리마야 스테이션’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물론 하리마야가 모든 걸 손해보고 망할 각오로 이런 전략을 펴는 건 아니다. 해답은 카페 출구에 있었다. 카페 출구 한쪽에는 하리마야가 생산하는 쌀과자 선물세트를 파는 코너가 큼지막히 설치돼 있다. 대부분 고객은 못 본 척 스쳐 지나가지만 “왠지 공짜로 먹고 나가기 찜찜하다”고 생각하는 고객도 일부 있다. 이들의 호주머니를 겨냥한 것이다. 수퍼마켓에서 시식 서비스를 통해 판매 증가를 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고객 10명 중 두세 명은 1000~2000엔가량의 쌀과자 선물세트를 사간다고 한다. 이게 서너 명이 되면 흑자가 된단다.
긴자 한복판에 등장한 공짜 카페는 고객에게는 매력적일지 모르나 일본 경제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은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하락) 상태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 그러니 기업마다 제 살 깎아먹기 식 저가경쟁이 치열하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800엔짜리 청바지가 점포에 홍수를 이룬다. 최근 출시된 보졸레 누보는 당초 판매회사마다 1000엔에 팔겠다고 하더니 하루 만에 750엔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1990년대 초 시작된 ‘잃어버린 10년’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 어찌 보면 ‘잃어버린 10년’은 아직 진행형인지도 모른다.
김현기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