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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토성과 장터 되살린 녹색 ‘레가시티’로 건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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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호 24면

김현호 DA그룹 대표는 “레가시티는 역사적 유산을 계승하는 신도시”라고 말했다.

서울의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위례신도시는 백제 토성의 역사적 흔적을 간직하고 전통 장터의 흥겨움이 느껴지는 도시로 만들어진다. 신도시 중심가 1.4㎞ 구간에는 노면전차(트램)가 달리며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찻길 좌우에는 극장·도서관·패션의류점·갤러리 같은 상업·문화시설이 배치되고, 입주민들의 여가 생활을 위한 광장과 공원이 들어선다.

위례신도시 공모전 1등 DA그룹 김현호 대표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위례신도시 시범단지 마스터플랜 현상설계 공모’에 나타난 위례신도시의 미래 모습이다. 신도시 중앙부에 자리 잡을 시범 단지는 부지 면적 110만8000㎡(약 33만5000평) 규모로 중심 상업지역과 주변 아파트 단지에 1만4000가구(주상복합 포함)가 건설된다. 국토부는 내년 초 보금자리주택 단지 2곳의 사전예약을 받는 것으로 주택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전에선 DA그룹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컨소시엄이 제출한 ‘레가시티(Legacity), 후대에 계승할 유산(legacy)이 되는 도시(city)’가 1등을 차지했다. DA그룹은 1등 당선작을 토대로 신도시의 밑그림을 그리고, 개발계획을 총괄 기획하게 된다. 19일 오후 서울 삼성동 DA그룹 본사에서 만난 김현호(48) 대표는 “신도시 개발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는 일본 사람들도 배우러 올 만한 멋진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시범 단지의 MA(Master Architect·총괄건축가)를 맡은 이승조 전무도 함께했다.
 
역사성을 도시계획 모티브로 활용
-위례신도시를 ‘레가시티’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위례’라는 도시의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위례 시대는 약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송파신도시라고 했지만 지역의 역사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위례신도시가 됐다. 신도시 주변에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의 유적이 있고,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겪은 남한산성도 가깝다. 이런 역사적 유산을 후대에 물려주자는 것이다. 기존의 신도시에선 역사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위례신도시는 이름부터가 남다른 만큼 도시의 이미지에 역사성을 입혀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과거의 역사적 유산을 현대 신도시에서 구현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을 텐데.
“역사적 유산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아 새로운 공간 배치와 경관을 구상했다. 우선 토성의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야트막한 언덕 형태의 녹지가 이어지도록 했다. 물론 흙을 쌓아 올린 실제 언덕은 아니고, 저층 문화·상업시설의 옥상공원이 될 것이다. 장터처럼 사람들이 모여 쇼핑도 하고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크고 작은 광장을 배치했다. 전통 장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 아니라 광대놀이 같은 공연으로 흥겹게 노는 공간이었던 것에 착안했다. 남쪽 물가 주변 공간에는 봉화대를 모티브로 한 랜드마크 건물도 제안했다.”

-DA그룹의 이승조 전무가 MA를 맡았다. MA는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MA는 도시계획의 큰 그림을 그리고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일본에서 신도시 개발을 할 때 널리 쓰던 방식으로 국내에선 2000년대 초반 도입했다. 위례신도시에는 MP(Master Planner·총괄계획가) 위원도 다섯 명 있다. 앞으로 MP 위원들과 발주처인 토지주택공사 등과 상의하면서 사업을 진행해 나가게 된다.”

곡선의 디자인으로 입체감 살려
-마스터플랜을 보면 중심 상업지역에 곡선의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위례신도시는 남북으로 이어지는 중심축에 대규모 상업지역을 조성한다. 대중교통과 쇼핑·업무의 중심으로 ‘신도시의 얼굴’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곳이다. 기존의 다른 신도시도 비슷한 구상을 했지만 성냥갑 같은 밋밋한 건물을 나란히 세우는 평면적 설계가 많았다. 또 상업지역을 분산시켜 사람들을 모으는 집객 효과가 떨어졌다. 그러나 위례신도시는 상업지역을 한데 모아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1960년대 서울에서 사라진 전차(트램)가 위례신도시에선 대중교통의 중심으로 되살아난다.
“전차 노선을 중심으로 한 ‘트랜싯 몰(Transit Mall·환승 쇼핑몰)’ 활성화 방안이 이번 공모전의 핵심 지침이었다. 친환경 신교통수단으로 트램의 도입은 이미 기본 조건으로 주어져 있었다. 다만 트램이 지나가는 길이 사람들의 왕래를 방해해 도시를 단절시킬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입체적인 연결이 중요했다. 트램 길을 좌우로 넘어 다닐 수 있는 스카이워크(skywalk)를 설계했다. 광장의 배치도 트램 정류소를 중심으로 했다.”

-위례신도시는 ‘친환경 생태도시’를 내세우고 있는데.
“도시와 자연이 연결되는 흐름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동서로 녹지축이 끊어지지 않고 줄줄이 이어지도록 했다. 바람이 시원하게 흘러가도록 바람길을 감안해 건물을 배치했다. 시범 단지 외곽을 둘러싼 4~5㎞ 길이의 순환 녹지축에는 산책로와 자전거길을 넣을 계획이다. 태양광발전을 위한 집광판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설비도 당연히 들어간다. 관공서 등 주요 건물에는 옥상공원을 조성할 것이다. 옥상공원은 경관을 좋게 할 뿐 아니라 빗물을 잡아 두는 기능으로 열섬 효과를 줄여 줄 것이다.”

-마스터플랜에서 제시한 내용은 앞으로 사업 추진에 그대로 반영되나.
“앞으로도 수많은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마스터플랜이 100% 원안대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1등 당선자에겐 주상복합 6개 단지와 아파트 2개 단지의 계획설계권이 주어진다. 나머지 단지에서도 마스터플랜의 중심 개념과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숙제다. 도시계획의 밑그림과 나중에 실제로 건설된 도시가 서로 생소한 것이 되면 곤란하다. 역사성을 반영한 ‘레가시티’란 정체성은 꼭 지킬 것이다.”

-그동안 DA그룹이 맡았던 도시 개발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
“동탄·판교·광교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 등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거나 현재 진행 중이다. 누구보다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도시 전체의 맥락을 읽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테마가 있는 개발이나 복합시설 설계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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