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 아이 머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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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한자 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도 저렇게 키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노력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을 가르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우리 아이 머리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리즈 엘리엇 지음, 안승철 옮김
궁리, 638쪽, 2만5000원

초등학생이 한자 인증 시험에 합격하고, 비싼 외국 영어 연수라고는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아이가 영어 동시 통역을 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는 뉴스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어떤 뉴스보다도 흥미롭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도 저렇게 키울 수 있을까. 이런 부모들의 바람을 반영하듯이 서점가에는 놀이 육아에서 한방 육아까지 실로 다양한 육아법을 다룬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경 생물학자 리즈 엘리엇이 자신의 육아 경험과 다양한 연구 데이터를 모아 펴낸 이 책은 육아법을 직접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육아를 위해 부모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을 망라하고 있어 각종 육아법의 기초서라고 할 수 있다. 제목이 알려주듯 이 책에서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다섯살이 되기까지 아이의 뇌 발달이 그야말로 꼼꼼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 꼼꼼함의 정도는 저자가 수정 직후부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당연히 뇌 발달과 관계되는 전문적인 설명이 생략될 수 없다. 대칭 감각을 형성하도록 해주는 전정계의 발달, 뇌 작용 구조 등이 사진 설명과 나란히 등장한다.

그래도 이런 전문적인 내용이, 대부분 과학과는 거리가 먼 부모들이 이 두툼한 책을 읽어나가는 데 방해되지는 않는다. 이는 육아 경험이 있는 저자 스스로 다른 부모들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를 알고, 그런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왜 아이들은 단것을 좋아하는지, 이것이 아이의 건강에 혹 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사시는 언제 나타나는지,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이를 돌보는 것은 아이의 정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이의 기억 자체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언어 경험의 결정적인 시기는 언제인지, 아이를 일찍 학교에 보내는 것이 좋은지 ….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의 근거로 저자는 그간 신생아 뇌 발달에 관한 각종 지식과 연구 자료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의 똑똑함을 구별하는 방식은 일률적이지 않다. 흔히 정보 처리 속도로 측정되는 IQ가 모든 지능을 나타내주지 않으며, 아기용 IQ 검사가 장래 IQ를 예측해 주지도 못한다고 한다. 가장 좋은 언어 교육법은 아이와 직접 대화하는 것이며, 아이의 말을 교정하려 드는 것이 가장 나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아이의 지능은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가정의 사회적 지위나 출생 순서, 엄마의 직업 등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저자가 지식만을 나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답게 저자는 그간 대부분의 부모가 확증된 의학적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사실들에 신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수유기간에 산모가 DHA를 더 많이 섭취할수록 아이들의 지능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이런 현상은 아이의 나이가 두 살까지만 나타난다고 한다. 아이의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산모에게 영향을 미치는 각종 약물이나 화학제품을 피해야 한다. 유독성 화학물질은 물론이고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 비디오 모니터의 자기 공명 영상이나 초음파 등 의학용 진단 기기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그렇다면 똑똑한 아이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저자는 “아이들의 지적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우리의 노력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강조한다. 여유를 가지고 삶을 대하는 부모에게서 아이들이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이다.

박진희(가톨릭 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선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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