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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中 한인사회] 上. 한국처럼 행동하다 표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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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업 등을 위해 중국에 체류하거나 여행 중인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때문에 성공을 일궈가는 중국내 한인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인 상대 범죄의 원인과 실태 등을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27일 자정 무렵 베이징(北京)의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K거팅(歌廳.가라오케)' 앞. 종업원이 거나해진 한국인 손님을 택시로 안내하며 쪽지를 건넸다.

택시의 차량번호가 적힌 쪽지다. 행여 택시운전사가 강도로 돌변할까 걱정되기 때문에 취하는 안전조치다. 3년전 톈진(天津)에 체류하던 한국 회사원 정화영(鄭和榮)씨가 늦은 밤 귀가하다가 택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뒤 이곳 업소들이 앞다퉈 도입한 서비스다.

K가라오케는 손님들의 안전을 각별히 배려한다는 명성 덕에 베이징의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조명철(趙明哲)씨 납치사건이 바로 이 주점 여종업원과 연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 1백% 안전한 업소란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달 들어 중국에서 한국인 납치사건이 세건이나 발생하고 한명은 피살됐다.

석달 전엔 단둥(丹東)시 금홍주점의 사장 蘇모(50)씨와 친구 金모(48)씨가 납치됐다가 3일만에 풀려나는 등 지난해에도 7건의 납치사건이 있었으며 3명이 살해됐다.

강도와 사기 등을 더하면 지난해 중국에서 벌어진 한국인 사건.사고는 1백82건으로 중국내 외국인 사건.사고의 약 70%에 이른다. 따라서 한국대사관은 매년 중국 공안당국에 한국인들의 안전을 각별히 부탁해왔을 정도다.

중국에서 한국인 관련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중국을 외국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의 지방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당국이 지정한 외국인 거류지역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싸구려를 찾아 무허가 민박이나 중국인 거주지역을 파고든다.

그러던 중 李모(43)씨는 1998년 7월 한국에서 가져온 수백만원대의 사업자금을 몽땅 털렸다.

강도를 당하고도 거주지역 자체가 불법이라 신고조차 못한 한국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거만한 한국인, 특히 월급이 얼마냐며 비웃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고 중국동포 주점의 종업원 金모(20)씨는 말했다.

98년 권총과 흉기 등으로 무장한 4인조 중국동포 강도들은 한국인만을 전문으로 털었다. 이들은 "한국인들은 모두 죽여야 된다" 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인 밑에서 일하며 당한 수모가 한이 됐다는 것.

베이징 한국총영사관의 외사담당 김병권(金柄權)영사는 "과거의 한국인 상대 범죄들은 다분히 충동적 양상을 보였으나 최근들어 조직화하고 있다" 고 말했다.

중국을 찾는 한국인들이 부쩍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이다. 93년 19만명이던 중국 방문 한국인은 지난해 99만1천여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한국인들의 잘못된 음주습관도 사고를 촉발시킨다. 저녁식사만으로 끝내지 않고 대부분 2차 술자리에서 폭탄주 등으로 만취되기 일쑤라 범행표적이 되기 십상이란 지적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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