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사 수화로…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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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금 부산에선 작지만 뜻깊은 뮤지컬이 준비되고 있다. 3월 3일부터 6일까지 부산 시민회관 소강당에 오르는 '사랑은 비를 타고' (오은희 작.이종근 연출)가 그것.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장애인도 얼마든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출연 배우 3명이 석 달 전부터 수화(手話) 전문가를 초대해 직접 수화를 배우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뮤지컬은 춤과 노래가 어울리는 현대 공연예술의 꽃. '사랑은…' 1995년 첫선 이후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화제작이다.

특히 이번에는 1시간 50분에 이르는 공연 시간 내내 배우들이 수화로 연기하는 실험적 시도가 흥미롭다. 수화 통역사가 무대 한편에 서서 작품 내용을 설명하는 형식이 아니다.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손을 놀리며 청각 장애인과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대사 부분을 수화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다.

"고정관념을 깨려고 합니다. 청각 장애인도 뮤지컬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런 나눔의 정신이 연극의 기본이 아닐까요. " 공연을 준비한 박혜인(예술기획 뿌리)대표의 말이다.

그렇다고 장애인만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일반인이 보아도 걸림이 없도록 연기.안무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출가 이종근은 자연스런 진행으로 일반인과 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겠다고 벼른다.

"신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문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더 큰 불행이겠죠.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수화를 직접 배우기로 했습니다. "

수익금의 20%도 장애인을 위해 쓸 작정이다. 대견한 일이다. 051-611-6177.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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