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매직 끝 … 다음엔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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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앙리가 왼손으로 공을 잡아 멈추는 핸드볼 장면. [프랑스 TFI 방송 화면 캡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슬로베니아의 다닐로 튀르크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앉아 러시아-슬로베니아전을 관전했다. 히딩크를 러시아로 영입한 석유 재벌 아브라모비치도 전용 제트기를 타고 경기가 열린 슬로베니아 마리보르까지 날아왔다. 마법이 계속될 거라는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히딩크 감독은 2007년 9월 러시아 축구협회와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2010년까지 러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로 돼 있다. 그러나 월드컵 진출을 전제로 한 계약이다. 그가 계약 기간을 채우기 위해 러시아에 남을 가능성은 극히 작다.

러시아를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지 못했지만 히딩크 감독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호주(2006년 독일 월드컵 16강), 러시아(유로 2008 4강), 첼시(임시 감독으로 FA컵 우승) 등 맡은 팀마다 눈부신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열리는 월드컵 본선까지는 7개월이나 남아 있다. 본선 진출을 일궈낸 감독도 낙마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감독은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팬들의 퇴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감독이 휘청거릴 때마다 히딩크는 1순위 후보에 오를 게 분명하다. 축구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히딩크가 북한 감독을 맡지 말라는 법도 없다. 클럽 팀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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