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김남일 부활 … 설기현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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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노병은 건재했다. 세대 교체의 흐름 속에 설 곳이 줄어들었던 김남일(32·고베)과 이영표(32·알힐랄)가 녹슬지 않은 기량을 확인시켰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르비아와 평가전에서 축구 대표팀은 0-1로 졌다. 하지만 두 베테랑의 활약은 대표팀에 새 힘을 불어넣었다.

이번 유럽 원정을 앞두고 ‘돌아온 김남일’에게는 의문부호가 붙어 있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주장으로서 중원을 책임졌지만 자리를 비운 사이 주장 완장은 박지성(28·맨유)에게 넘어갔다. 중원에서는 기성용(20·서울)-김정우(27·성남) 조합이 안정을 찾아갔다. 김남일은 “대표팀에 다시 뽑힐 수 있다면 벤치에 앉아 있어도 좋다”는 백의종군의 각오를 보인 끝에 지난 9월 호주전에서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았지만 전성기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덴마크전에 결장한 김남일은 “세르비아전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감한 중거리슛과 터프한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였다. 그는 과감한 중거리슛과 몸을 사리지 않는 몸싸움 능력을 선보였다. 유럽 원정에서 ‘진공청소기’라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은 것이다.

‘초롱이’ 이영표의 활약도 눈부셨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장해 모처럼 활발한 공격 가담 능력을 보여 줬다.

유럽 원정 두 경기에서 골을 얻지 못한 공격진은 진짜 고민거리다. 허 감독은 덴마크전이 끝난 뒤 “원정 경기에서 유럽의 강팀을 상대로 잘했다”면서도 “기회를 살리지 못한 공격진에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발 출장한 설기현(30·풀럼)은 무뎌진 감각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교체 출전한 이동국(30·전북) 역시 공격의 마침표를 찍는 데 실패했다.

런던=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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