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들썩이는 자동차 보험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내년 초 자동차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하고 정비수가도 들썩이는 데다 무사고 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 혜택은 줄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오르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또 개별 운전자의 조건에 따라 제각각 달라질 수 있다.

일단 무사고 운전자 할인은 내년 1월부터 줄어드는 걸로 확정됐다. 보험료를 최고 60% 할인받을 수 있는 무사고 운전 기간이 현행 10년 이상에서 11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또 2011년부터는 12년 이상 무사고 운전을 해야 최고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2006년 보험업계와 감독 당국이 만든 자동차보험제도 개선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보험료는 적게 내면서 사고가 나면 보험금은 다른 운전자와 똑같이 받는 장기 무사고 운전자 때문에 보험사의 부담이 커진다는 업계의 주장이 반영돼 있다. 몇 년간 보험료만 계속 내는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험사들은 또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손해율이란 교통사고로 지급한 보험금 총액이 보험사가 거둬들인 총보험료의 몇 %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손해율이 75.6%로, 7월 이후 넉 달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4월 70.9%였던 손해율은 7월 73.3%로 오른 이후 고공행진 중이다. 보험 운영에 필요한 각종 경비를 감안할 때 손해율이 71%를 넘어서면 보험사들은 적자를 보게 되므로 요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차량 운행이 늘고, 최근에는 신종 플루 영향으로 자가용 운행이 많아지면서 교통량과 손해율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누적 손해율이 72.8%에 이르자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와 온라인 보험사는 누적 손해율이 각각 75.8%, 77.2%에 이르기도 한다”며 “내년 1분기 중에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손해율이 66.3%까지 떨어지는 등 손해율이 낮게 유지되자 8월에서 9월 사이 대부분의 손보사가 자동차보험료를 2~4% 인하했다”며 “당시 인하분을 회복하는 수준에서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비수가 인상 문제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업계는 보험사가 운전자의 차량 수리를 위해 지급하는 시간당 정비수가를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2005년 공표한 정비수가 표준원가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현재 평균 1만9000원쯤인 정비수가를 2만5000원 이상으로 올려 달라는 요구다.


국토해양부는 23일 보험업계와 정비업계에 적정 요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정비수가가 1000원 오르면 자동차보험료는 약 1%의 인상 요인이 생기는 것으로 보험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업계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되면 정비수가 인상분만으로도 보험료가 평균 6% 인상된다.

또 내년 1월부터 차량 사고를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할 때 보험료가 할증되는 보험금 지급액 기준이 현행 50만원에서 50만원·100만원·150만원·200만원으로 세분화되면서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보험료가 0.9~1.2% 오른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