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들어진 이글…엘스, 감 잡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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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니 엘스가 벙커와 그린 사이에 있는 러프에서 힘겹게 탈출하고 있다. 그린 근처의 러프가 발목을 덮고 있다. [천안=연합]

평균 폭이 18m로 개미허리 같은 우정힐스 골프장의 페어웨이를 1m91㎝의 거구 어니 엘스(남아공)가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선수들이 "페어웨이 안착이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처럼 어렵다"고 투덜거리는 난코스를 엘스는 정교함과 장타, 인내심으로 극복했다.

엘스는 10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대회 2라운드에서 3언더파(이글 1, 버디 3, 보기 2개)를 보탰다. 첫날 공동 5위였던 엘스는 합계 4언더파로 호주의 테리 필카다리스(합계 5언더파)에게 1타 뒤진 2위로 올라섰다.

472m의 파5인 11번홀이 압권이었다. 특유의 부드러운 티샷에 공이 약 319m를 날아갔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53m. 엘스는 8번 아이언으로 세컨드 샷을 핀 60㎝에 붙여 가볍게 이글을 잡았다. 엘스는 경기 뒤 "굉장히 잘 맞았고 내리막이어서 그런 것 같다. 난 존 댈리가 아니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엘스는 파5인 5번홀(464m)에서는 170m를 남기고 세컨드 샷을 역시 8번 아이언으로 쳤으나 그린을 넘기기도 했다. 엘스는 "어제보다 샷이 좋지 않았지만 파5에서 스코어를 줄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로아(미국)가 3언더파로 3위를 달리는 등 1~4위를 외국 선수들이 차지한 가운데 한국 선수들 가운데엔 49세의 베테랑 최상호(빠제로)와 17세의 아마추어 강성훈(제주 남주고2)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전날 1언더파를 쳤던 최상호는 이날도 이븐파의 호조를 이어가며 강성훈.리처드 모아(호주)와 함께 공동 5위(합계 1언더파)에 올랐다.

엘스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 나상욱(20.엘로드)은 버디 3개를 잡았으나 보기도 4개를 범해 공동 18위(합계 2오버파)로 내려앉았다. 나상욱은 "한국 잔디에 적응이 되지 않아 샌드웨지 샷으로 스핀을 먹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강욱순(38.삼성전자)은 1오버파를 더해 합계 5오버파가 됐다. 이번 대회에선 코스를 어렵게 만든 탓에 2라운드 합계 8오버파 152타 이내를 기록한 67명의 선수가 컷을 통과했다.

천안=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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