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명화] EBS '희생자'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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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BS '희생자'

EBS 밤 10시35분. 지금이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일부에서 동성애 부부를 법적 가정으로 인정하게 됐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영국에서는 동성애가 범죄에 가까웠다. 그런 분위기에서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뤄 대단한 논란을 불렀던 작품이다. 특히 겉보기에 멀쩡하고 변호사라는 명망있는 직업을 가진 남성이 게이로 그려져 보수적인 관객들을 경악시켰다. '게이' 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미국에서는 이 영화의 심의를 거부할 만큼 도발적인 내용이었다.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사는 변호사 멜빌 파(더크 보가드)는 어느 날 자신이 과거 동성애 관계를 가질 때 찍힌 사진으로 협박을 당한다. 당시 동성애 상대 중 한 명도 동일한 협박범으로부터 공갈을 당하고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궁지에 몰린 그는 사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마음 먹는다.

변호사로서의 명예는 물론 가정이 파괴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비열한 공갈범과 맞서는 것이다.

형사인 해리스(존 배리)도 동성애 금지법안이 협박범에게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는 고통에 시달리는 파를 돕기로 한다. 파의 아내 역으로 나온 실비아 심스의 연기가 힘있고 감동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감독 배실 디어덴. 원제 Victim.1961년작.

****KBS1 '주니어'

KBS1 밤 10시. 남자가 임신을 한다는 엉뚱한 발상에서 출발한 코미디 영화. 해스 박사(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안전한 임신을 보장하는 마술적인 약 개발에 헌신하는 독신으로 살아가는 의사. 여의사 레딘(에마 톰슨)이 난자 냉동보관술을 개발했다는 것을 알고 동료의사인 아보게스트(대니 드 비토)와 함께 이들은 인공수정체를 훔친 뒤 직접 임신 가능성을 실험한다.

감독은'고스트버스터' '식스 데이 세븐 나잇'의 이반 라이트먼. 원제 Junior.1994년작. 1백10분.

****MBC '슬리버'

MBC 밤 11시. 미국 작가 아이라 레빈의 스릴러 소설이 원작. '원초적 본능' 의 샤론 스톤을 염두에 두고 각색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관객들의 '엿보기' 취향을 겨냥했다. 남의 아파트를 훔쳐보던 남성이 살인사건에 말려들게 된다는 줄거리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이창' 의 아이디어를 본딴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고층 빌딩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이 스릴을 느끼게 한다. 정사장면이 담긴 테이프 등 눈요기거리도 배려했다. 감독 필립 노이스. 주연 샤론 스톤. 윌리엄 볼드윈. 톰 베린저. 1993년작. 1백7분.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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