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감청 러시아도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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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러시아판 에셜론 'SORM(작전 및 수색활동 시스템)' 의 존재가 폭로돼 러시아 전역이 시끄럽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정보기관들이 1980년대부터 공동으로 전화.팩스.전자우편 등 전세계의 민간교신을 엿듣는 비밀감청망인 에셜론을 운영해온 사실이 지난해 드러났다.

그런데 러시아 정보기관도 러시아 내의 모든 인터넷 통신활동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권단체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95년에 처음 선보인 것이 SORM-1. 러시아 정보기관과 통신부가 통신 관련 법규를 개정해 모든 인터넷 서버 공급업자들에게 SORM이 접근할 수 있도록 매개장치를 부착하도록 해 만든 정보망이다.

이후 인터넷 사업이 급격히 규모를 늘려가자 국가안보위원회(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은 막대한 비용문제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98년 7월부터는 모든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사업자 자신들의 비용으로 FSB 본부 컴퓨터가 e-메일이나 인터넷 상거래 내용을 실시간대로 감시.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계장치를 설치하도록 명령했다.

SORM-2는 바로 이렇게 탄생했다. 이러한 사실들이 인권단체 등을 통해 폭로되자 'FSB의 요구에 응했거나 자발적으로 협력한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들의 윤리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 업체들은 경쟁업자들의 자금사정을 악화시켜 스스로 물러나도록 이를 방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단체의 보고에 의하면 SORM-2를 위한 기계설치 비용(대당 1만~3만달러)을 감당하지 못한 영세업자들이 98년 말 이후 급격히 도태하면서 대규모 공급업자들만이 시장을 분할 점령해가는 추세다.

또 전자프라이버시 운동단체들은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들이 정보기관의 이러한 감청 가능성을 가입자들에게 적극 고지하지 않은 것도 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통신부의 한 간부는 지난주 "국가기관과 정보기관들은 필요에 의해 통신감청 등을 행할 능력과 권한이 있다" 며 이같은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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