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매케인 대권도전 숨은 버팀목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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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민주당 대선 선두 주자인 앨 고어 부통령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혼자의 힘으로 오늘날의 위치에 이른 것은 아니다. 미 뉴욕타임스와 LA타임스는 두 대권주자의 뒤에서 버팀목이 돼준 인물들을 소개했다.

◇ 고어 핵심 5인방〓고어에게는 자신에게 헌신적인 친구 5명이 있다. 20여년 전부터 끈끈한 인간관계를 유지한 채 고어에게 조언하고 선거운동 전략을 짜며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핵심 인물들이다.

뿐만 아니다. 고어의 저서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는가 하면 고어의 딸을 중매한 '뚜쟁이'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고어 대통령 만들기' 에서부터 '고어 딸 시집보내기' 에 이르기까지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충성파들인 셈이다.

LA타임스는 20일 '고어의 비상(飛上)을 돕는 5명의 친구들' 이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고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이들이 행정부내 요직을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 표현에 따르면 이들은 '키친 캐비닛' 이다. 고어를 위해서라면 부엌데기처럼 일하는, 일꾼조직이란 뜻이다.

피터 나이트(49), 잭 퀸(50), 톰 다우니(51), 그레고리 사이먼(48), 로이 닐(54)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77년부터 고어를 위해 일해 온 나이트는 5인방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선거자금 모금책. 83년부터 지금까지 혼자서만 5천만달러를 모금했다.

아예 워싱턴 고어 집 길건너에 사는 다우니는 주말이면 고어와 농구를 즐기며 정책조언을 한다. 그는 고어의 큰 딸 중매까지 섰다.

사실 이들은 고어의 정치자금을 책임지는 로비스트들이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록히드마틴 등 미국내 굴지의 기업들을 고객삼아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주고 고어를 돕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 매케인 돕는 4인〓매케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은 해군제독 출신의 부친과 조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애리조나주의 거부인 장인 제임스 헨즐리와 유력지 애리조나 리퍼블릭의 발행인 대로 툴리가 없었다면 그가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부친과 조부가 정신적인 지주였다면, 장인은 사위가 돈에 신경쓰지 않고 정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금전적 후원자이며, 툴리는 매케인이 정치인으로서 가야 할 길을 인도해 준 정치적 후견인이었다.

장인 헨즐리는 버드와이저 맥주 애리조나주 총판권을 갖고 있는 거부로 맥주를 팔아 번 돈을 적절히 부동산에 투자, 주내 12번째 부자로 꼽히는 인물. 그는 1981년 매케인을 사위로 삼은 뒤 자신의 회사에 잠시 근무시키면서 마음은 정치쪽에 가있던 사위에게 애리조나주를 정치무대로 선택토록 했다.

외동딸 신디 헨즐리와 종업원들로 하여금 꾸준히 법적 한도내의 기부금을 매케인에게 내도록 해 매케인이 돈 걱정없이 정치에 전념토록 배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친구인 툴리는 매케인이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주변의 똑똑한 참모들을 규합해 줬기 때문에 "툴리 없는 매케인은 생각할 수 없다" 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는 애리조나주 지성인 모임인 '애리조나40' 과 자신의 신문 사설란을 활용해 '매케인 밀기' 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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