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참전 조한석씨 50여년만에 학사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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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입학한지 50여년만에 학사모를 쓰는 소원을 이뤘습니다. "

오는 26일 서울대 졸업식에서 올해 71세의 조한석(趙漢石)씨와 68세의 김순신(金順信)씨가 입학한지 50여년만에 각각 서울대 경제학과와 영어교육과 학사모를 쓴다.

趙씨는 1948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중 아버지를 여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진 탓에 마지막 학기 등록금을 내지 못하고 53년 해군 간부후보생으로 자원입대했다.

진해.포항.해군본부 등지에서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동안 趙씨는 제적 처리됐고 재입학의 길마저 막혀버렸다.

'퇴학 또는 제적된 학생이 다시 학교를 다니려면 5년 이내에 재입학해야 한다' 는 서울대 학사 규정탓이었다.

80년대초 해군대령으로 예편한 뒤 개인사업을 하며 2남2녀를 출가시킨 그는 99년 이 규정이 폐지되자 쑥쓰러움을 무릅쓰고 경제학부 사무실을 찾았고 "재학시절 졸업 학점은 채웠으니 논문만 쓰면 졸업할 수 있다" 는 설명을 들었다.

서울대 학적과는 "趙씨가 서울대 사상 최고령 졸업생으로 추정된다" 고 밝혔다.

한편 51년 영어교육과에 입학한 金씨는 3학년을 마치고 휴학했다가 제때 복학하지 못해 제적처리됐으나 지난 학기 8학점을 이수해 이번에 졸업장을 받는다. 아주대 영문과 교수였던 金씨는 정년 퇴직후 지난해 서울대에 재입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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