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뉴욕서 사상 첫 기업설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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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포항제철이 지난 17일 미국 뉴욕에서 '창업 이후 처음으로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해외 투자자와 주주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가졌다.

포철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말 현재 42.98%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주가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날 설명회에는 타이거 펀드.JP 모건.GE 인베스트먼트.메릴린치.샐러먼 스미스 바니.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투자 전문회사와 금융기관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너저 등 1백30명이 참석했다.

유상부 회장(사진)의 설명이 끝나자 타이거 펀드의 빌 황씨가 "잉여현금을 어디에 쓸 계획이냐" 고 포문을 열었다.

유회장은 "3조원 정도의 현금창출 능력이 있으며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것은 1조5천억원 정도" 라며 "주가관리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것은 오는 25일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 이라고 대답했다.

한 참석자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이 정보통신부의 독과점 의견 제시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아는데 어떠냐고 물었다.

유회장은 "합병으로 생긴 57%의 시장점유율 중 7%의 초과 고객을 강제로 퇴출시킨다면 고객의 업체선정 자유를 박탈하는 것" 이라며 "아직 공정거래위의 판정이 남아 있다" 고 말했다.

그는 "포철은 철강이 주력이며 이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정보통신.에너지.생명공학 등 새 사업을 모색할 것" 이라며 "업무혁신(PI)과 전사적자원관리(ERP)등을 도입하며 전자상거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유회장은 또 "자가소비를 전제로 LNG발전소와 기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력산업의 민영화가 추진되면 다른 업체와 제휴해 전력을 생산.판매하는 사업에 나설 것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질문은 ▶배당.주가관리 등 주주가치 증대방안▶향후 투자계획▶정보통신.생명공학 등 사업다각화 등에 집중됐다.

국내에서 관심이 많은 포철의 경영권이나 민영화에 대한 질문은 한 건도 없었다.

포철 황태현 상무는 "외국인들은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개의치 않고 중장기 비전과 투자전략에 관심이 많았다" 고 말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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