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와 마조히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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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어떤 것이든 너무 많게 되면 그 팽창된 압력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배출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섹스에 있어서도 그런 변칙적 방법이 생기는 것을 보면 이제까지 소개된 방법 이외에 좀 더 자극적이고 풍부한 볼륨의 교섭 방법 추구가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곽대희의 성칼럼

그 대표적 사례가 약물을 복용하고 그 환각작용의 힘을 빌려 극치감의 길이와 두께를 증가시키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간다는 사실이다.

지난봄에 찾아왔던 한 젊은 부부가 그런 카테고리의 인물인데 그는 마조히즘 환자였던 것이 밝혀져 부모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이 사실은 아내의 실토로 집안에 알려졌는데, 40대 남편이 매를 맞아가며 하는 섹스를 종종 요구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부부생활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깜짝 놀란 부모가 서둘러 병원으로 보낸 것인데 이런 환자를 치료하기는 쉽지 않다. 독일 함부르크시 레퍼번에서 쇼윈도 속의 마조히즘 전문과목 섹스 스페셜리스트의 유리문이 빈번하게 열리며 남자들이 드나드는 것을 보면 독일 같은 선진국에도 이런 저급한 섹스 매니어가 상당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이를테면 여성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 마치 숨이 넘어갈 듯한 매우 위험한 국면까지 쫓겨 갔을 때 더 강하고 큰 쾌감을 느끼는 것인데, 이것은 일종의 성취욕으로서 남성 특유의 성격이다. 남자들이 섹시한 여자에게 매료되는 이유도 그렇게 보이는 여자가 다른 여자보다 성취욕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달성시켜 준다는 것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르기 쉬운 산을 선호하는 알피니스트와 같은 심리다. 예를 들어 성행위에 있어서 감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당장 숨이 넘어갈 듯한 절정기 상태에 머물러 있을 타이밍에 즉 여성이 ‘stop it!’을 외치더라도 개의치 않고 돌진할 때 그 잔혹성이 섹스의 쾌감을 배가시켜 주는 것은 남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생과 사의 중간지대를 산책하고 싶은 여성의 심리를 마조히즘(masochism), 그런 가학성을 구사하며 유열(愉悅)을 느끼는 남자를 사디즘(sadism)이라고 부른다.

마조히즘이란 병명의 어원은 120년 전 타계한 오스트리아 소설가 레오폴트 자허 마조흐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의 소설 작품 중 채찍질 당하면서도 깊은 사랑에 빠지는 너무나 인상적인 주인공 때문에 그런 증상에 작가의 이름, 마조흐(Masoch)를 인용해 붙인 것이다.

문제의 마조흐는 오스트리아의 렘베르크에서 경찰서장인 부친과 렘베르크 대학 총장의 딸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런 훌륭한 양친 아래서 자랐으므로 조기부터 개발된 그의 두뇌는 거의 천재적이었다. 20세에 그라츠 대학의 역사학 전임강사가 되었고, 34세 때 『카인의 유언』 『모피코트를 입은 비너스』라는 소설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런 외관상의 입신과 달리 그의 사생활은 그다지 존경 받지 못했다. 36세 때 원더 루메린이란 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는데 이것이 마조히즘적 사랑의 시발점이었다.

그는 부인에게 값비싼 모피코트를 사주고 벌거벗은 채 하이힐만 신게 한 후 그녀로 하여금 사정없이 자신을 구타하도록 강요했다. 이런 학대 받는 고통 없이 정상적 성행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곽대희 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10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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