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원 28명 탄 선박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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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 선원 28명을 태운 버진아일랜드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해역을 감시하는 유럽연합(EU) 해군의 말을 인용, “버진아일랜드 선적의 화학물질 운반선 ‘테레사 8호’가 16일 인도양 세이셸 군도에서 북서쪽으로 320㎞ 떨어진 해역에서 해적들의 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선박에는 화학물질 2만2300t이 실려 있으며 북한 출신 선원 28명이 타고 있다고 EU 해군 측은 밝혔다. EU 해군에 따르면 테레사 8호는 당초 케냐 몸바사 항을 향하고 있었으나 해적에게 납치된 뒤 방향을 바꿔 북쪽 소말리아 연안으로 이동 중이다.

올 5월 이 해역에 파견된 문무대왕함이 해적선에 쫓기던 북한 상선 다박솔호를 구하기도 했다. 북한 화물선은 9월에도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의 공격을 받았으나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해 피랍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의 경우 선원 5명이 2008년 11월 피랍됐다가 90일 만에 풀려났다.

세이셸 군도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동쪽으로 약 1800㎞ 떨어진 해역에 있는 섬나라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다국적 해군의 감시망을 피해 해적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이 해역에서 홍콩 선적의 16만t급 유조선이 해적의 공격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태국 어선이 납치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역외 해상 작전을 수행 중인 EU 해군은 작전명 ‘애틀랜타’로 명명된 해적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말리아 해역에는 EU 해군을 비롯, 한국·미국·중국·일본·브라질·이탈리아 등 세계 20여 개 국가가 자국 선박 보호를 위해 함정을 파견해 해상 감시를 하고 있다.

이렇게 다국적 해군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작전 중이지만 해적 활동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6~7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아덴만 항해 보호 국제협력회의’도 이런 고민이 반영돼 열린 국제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해적 퇴치 활동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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