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 이렇게] 충북진천 백곡면 메주제조 김옥숙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전원 생활속에서 새 삶의 희망을 찾았습니다. "

충북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821의 3 서수마을에서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김옥숙(45)씨. 단돈 4백50만원에 1998년 대지 2백평, 건평 40평 규모의 농가주택과 3백여평의 텃밭을 마련한 金씨는 한 때 서울에서 잘 나가는 '사모님' 이었다.

이런 金씨에게 96년 7월 서울 장안동에서 사업을 하던 남편(이병대.54)의 부도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남편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만 할 정도로 몸이 나빠졌고 딸(10).시어머니(80)뿐 아니라 집안 사정으로 함께 살던 조카 3명 등 일곱 식구가 의지할 한 평의 공간도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살아야겠다' 는 의지로 마음을 다잡으며 떠올린 곳이 갈월리였다.

비록 부채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지만 갈월리에는 여유가 있을 때 전원 생활용으로 구입해 주말마다 찾아가 가꾸던 7백여평의 땅이 있었고 마을 주민과도 가깝게 지냈다.

주민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외딴 곳에 있던 빈 농가 한 채를 얻어 1년반 가량 생활하다 98년 마을 李씨 문중소유 현재의 집 지상권을 묘지 4기를 벌초하고 텃밭 등도 함께 사용하는 조건으로 3백만원에 마련했다.

전문업자가 했다면 1천만원은 족히 들 헌 집 수리도 주민 도움을 받아 5개월만에 재료비 값에 불과한 1백50만원에 끝냈다.

완전한 내집이 아니어서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현재 인근 농지가 평당 4만~5만원, 준농림지 7만~8만원, 대지 15만~20만원 정도 수준이니 거의 공짜로 생활공간을 마련한 셈이다.

金씨는 물이 좋고 마당도 널찍하며 남향집이기에 햇볕도 잘 드는 점에 착안, 된장.간장을 만들어 판매하기로 했다.

무쇠솥에 나무로 불을 때 6가마의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고 된장을 만들어 서울의 친지와 성당.학교 친구들에게 우편 판매했다. 지금은 인기가 좋아 생산량을 콩 10가마분으로 늘렸다.

남편의 건강도 산에서 나무를 해올 정도로 많이 회복됐다.

틈나는 대로 金씨 부부는 인근 전자업체의 부품을 조립하는 부업도 하고 3백평의 밭에 고추를 심어 판매하는가 하면 30여 마리의 토끼와 개.닭.염소.거위 등도 키우고 있다.

한달 수입은 1백만원 정도로 조카들이 지난해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네 식구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으며 일부 저축도 하고 있다.

金씨는 ' "시골에서도 부지런하고 머리만 쓰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며 ' "앞으로 생산량을 20가마 정도까지 늘리고 고추장도 함께 판매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