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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의 건강 가이드│잇몸병

중앙일보

입력

임신 5개월째인 김선주(33)씨는 얼마 전부터 이를 닦을 때마다 피가 났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출혈정도가 심해져서야 병원을 찾았다. 잇몸병이 태아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의의 말에 김씨는 가슴이 철렁했다.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환, 잇몸병

건강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8년 외래진료 질환별 환자수 상위 10’ 에 따르면 잇몸병(치주질환)이 급성기관지염·급성편도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잇몸병이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란 얘기다. 2007년 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 의하면 20대 성인의 62%, 50대 82%, 60대 88.5%가 잇몸병을 갖고 있다.

잇몸병은 세균의 부산물인 치태(플라크), 이것이 석회화한 치석이 원인이다. 이들이 잇몸 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며 방치하면 치아를 잃을 수도 있다.

분당차병원 치과 황유정 교수는 “잇몸병은 특별한 자각증상 없이 만성적으로 진행돼 자칫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특히 잇몸병이 당뇨환자·심혈관계질환자·임산부에겐 전신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가운 것을 먹을 때, 이가 시리거나 입에서 냄새가 날 때, 칫솔질할 때 피가 나면 잇몸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피곤할 때 잇몸이 아프거나 붉게 보이고 붓는다면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잇몸병이 있으면 만성적인 염증에 의해 혈당조절이 악화된다. 염증산물인 세균이 치아와 잇몸 사이의 치은열구를 통해 혈류로 유입돼 혈당조절을 방해하는 것이다. 혈당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한 당뇨환자라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질환이다.

심근경색·동맥경화 같은 심혈관계질환자도 위험하다. 잇몸병을 일으키는 세균 중 일부가 혈판에 부착해 혈전을 형성한다. 만성적인 염증에 의해 혈액점도가 높아지기도 한다. 잇몸병 환자는 심혈관계질환 유병률이 2~5배 정도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임신부에게 잇몸병이 있으면 조산위험도 높다. 만성염증산물이 자궁의 조기수축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잇몸병이 있는 임신부의 조산위험은 3~8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케일링만으로도 간단한 잇몸병 치료

잇몸병 치료는 원인제거가 최우선이다. 염증이 있고 뼈가 내려앉지 않은 상태라면 스케일링(치석제거)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이보다 더 진행돼 뼈가 내려앉았다면 마취 후 진행하는 치근활택술이 필요하다. 상태가 심각해 비외과적인 방법으로 한계가 있거나 잇몸뼈의 형태를 수정해야 한다면 수술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당뇨환자는 치료에 앞서 혈당조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혈당이 조절되고 있으면 정상적인 치과치료가 가능하다. 이때 식사 후 내원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으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혈당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사탕 종류를 준비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잇몸치료가 어렵다. 높아진 혈당으로 인해 조직의 치유력이 떨어져 치료 후 치유가 늦어지거나 드물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미리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심혈관계질환자도 평소 복용하는 약과 치료내용을 전문의와 상의한 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신 전 치과검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를 놓쳤다면 임신 중에라도 스케일링 같은 잇몸치료를 받도록 한다.

황 교수는 “간혹 약물에 의존하는 예가 있는데 이는 증상을 약화할 뿐 잇몸병의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다”라며 “약물복용은 잇몸치료와 병행할 것”을 당부했다.

[사진설명]분당차병원 치과 황유정 교수는 “잇몸병은 전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치료시기를 놓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도움말=분당차병원 치과 황유정 교수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Tip 잇몸 건강을 위한 생활수칙

①닦을 땐 천천히= 칫솔질은 1회에 3분 이상 천천히 한다.
②안쪽부터 꼼꼼히= 아랫니 안쪽→윗니 안쪽→치아 바깥면→씹는 면 순서로 칫솔질한다.
③치아와 잇몸 사이도 잊지 말고= 치아와 치아, 치아와 잇몸사이에 치태가 생기면 잇몸병으로 발전하기 쉽다. 칫솔을 치아와 잇몸 사이에 넣는 기분으로 45° 가량 기울여 부드럽게 닦는다. 진동칫솔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④치실 또는 치간칫솔로 말끔히=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나 치태는 칫솔질만으로는 제거되지 않는다. 칫솔질 후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⑤정기검진과 스케일링 챙기자= 칫솔질로 치태를 제거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잇몸병이 진행됐다면 3~6개월, 그렇지 않다면 6개월~1년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받도록 한다.
⑥금연은 필수= 한 통계에 의하면, 흡연자가 잇몸병에 걸릴 가능성은 비흡연자보다 4배나 높다. 흡연은 잇몸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⑦잇몸약 복용은 잇몸치료와 병행= 잇몸약은 단독으로는 효과가 거의 없다. 스케일링을 비롯한 잇몸치료와 병행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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