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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과 과학]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이로우면 체면 안가리고 아무쪽이나 달라붙는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속담의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속담으로 미뤄볼 때 옛 사람들이 장기의 기능이나 위치를 훤히 꿰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간과 쓸개중 한 쪽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은 두 장기의 기능이 서로 다른 한쪽을 대체할수 있을 만큼 유사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 쓸개는 의학적 관점에서는 간의 부수장치라고 볼 수도 있다. 담즙으로 불리기도 하는 쓸개즙은 사실 쓸개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간에서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쓸개즙이 쓸개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쓸개는 담즙을 저장하는 일종의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담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적시에 소화액을 분비하는 것. 소화액(소화효소)은 간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지만 사람이 음식을 계속해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시점에 소화액을 집중 분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역할을 맡는 것이 바로 쓸개다.

진화학자들은 이 때문에 쓸개가 간이나 혹은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도관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부학적으로도 간과 쓸개는 밀접한 관계다.

쓸개의 간 바로 밑에 위치해 마치 간에 달라붙어 있는 듯하다. 가히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할 만큼 가까운 위치인 것이다.

간과 쓸개의 이런 관계는 '간담이 서늘하다' 하다는 등의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의미상으로도 같이 붙어다니는 경우가 많다. '담력이 크다' 랄지 '간 큰 사람' 이라는 말에서 보듯 담과 간은 사실상 비슷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서양 사람들 역시 간이나 담을 적극.대담.활달 등의 기질로 해석한 점이다. 고대 서양에서 '담즙질' 유형은 의지가 강하고 불같이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간이 크고 기능이 좋으면 그 만큼 건강하다는 징표여서 이런 속담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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