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21] 사이버 무용…감상과 동작 배우는 교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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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춤을 전공하는 A씨. 컴퓨터를 켜자마자 인터텟 티켓전산망을 이용해 사이버 무용수 리나의 신작 발표공연을 예약한다.

리나는 A씨가 제일 좋아하는 무용수다. 리나는 인간의 몸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난도의 테크닉을 펼칠 수 있는데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열정적으로 춤을 출 수 있다. 이점에 매료된 A씨는 팬클럽에 가입했을 정도다.

A씨는 리나의 공연을 담은 CD롬 타이틀은 모두 갖추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를 틀어보며 그녀의 안무를 조목조목 분석해 보기도 한다.

이 CD롬 타이틀은 화면 아래에 있는 방향키를 이용해 마음 내키는 대로 동작을 변형시키기도 하고 동작 순서를 바꿔볼 수 있는 기능을 담고있다. 단순 감상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학습용으로 훌륭한 교재가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 A씨지만 최종 목표는 뉴욕 진출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연했던 실황을 담은 디지털 자료를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며칠 전 뉴욕의 유명 기획자들에게 보냈다.

작품 하나 선보이려고 비싼 돈 들여 기획자를 초청하거나 직접 현지에 찾아가야 했던 20세기와 달리 이제는 e-메일 만으로도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첨단 테크놀로지는 춤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안무가가 춤을 만드는 방식이나 기획자가 춤을 선택하는 과정, 관객이 춤을 관람하는 태도 모두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춤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춤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작업도 춤 업적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공연장 뿐 아니라 전시회나 온라인을 통해서도 관객과 만날 수 있다.

또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가상의 3차원 영상은 춤추는 대상의 제한조차 없애버린다. '예술적 표현의 한계 극복' 이라는 예술가들의 영원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안무가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더욱 기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특수한 장치를 이용하면 춤을 추는 동시에 이를 무보(舞譜:음악의 악보에 해당)로 만들 수 있는 장치도 개발돼 기록보존도 좀더 쉽게 이뤄질 전망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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