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을 위한’ 경남 명품과일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16일 경남 하동지역 배 재배 농민들이 영농조합법인 선별장에서 경남의 명품과일 브랜드인 ‘이로로’를 붙일 배를 골라 포장하고 있다. 이로로는 12월 1일 첫 출시된다. [경남도 제공]

“경남지역 과일의 명성이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경남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에서 15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백형근(39)씨는 경남도가 개발한 명품과일 브랜드 ‘이로로(IRRORO)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로로(라틴어로 ‘이슬에 적시다’뜻)가 최고급 과일에만 붙이는 상표인데다 대한민국 고소득 1%를 대상으로 고가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과일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백씨가 올해 처음 12월 1일 출하할 이로로 사과(품종 부사)는 3㎏짜리 20박스 정도. 백씨는 이 사과를 다른 지역 최고가인 ㎏당 1만2700원보다 11% 비싼 1만4520원을 받고 유명 쇼핑몰에 출하할 예정이다.

31년째 배 농사를 짓는 이용환(56·하동군 하동읍)씨는 “뜻하지 않게 배가 냉해를 입어 이로로 상표를 붙여 출하할 배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하동 배 영농조합에서 올해 5t을 이로로로 출하 예정이어서 그나마 하동 배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경남도가 올 3월 개발한 최고급 과일 브랜드인 이로로가 12월 1일 본격 출시된다. 첫 출시 물량은 사과 5t, 배 2t, 단감 10t 정도. 참다래는 12월 말 출시된다.

이로로 상표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붙일 수 있다. 사과는 무게 330~360g/개, 당도 15 브릭스 이상, 착색도 80% 이상이며, 배(신고)는 무게 700~730g/개, 당도 13 브릭스 이상, 착색도 8 이상(컬러차트 기준) 등이다. 또 농약이 검출되지 않고 품종 고유의 향기가 나야 하며, 과일표면이 윤기 있고 선명해야 한다. 흠집과 병충해 피해도 없어야 한다.

엄격한 기준으로 단감은 신청농가 62명이 생산한 전체 배 3372t 가운데 2.3%인 79t, 사과는 65 농가 1408t의 1.8%인 25t, 배는 70 농가 813t의 1%인 1t, 참다래는 25 농가 398t의 0.8%인 3t만 이로로 상표를 붙일 수 있을 전망이다.

선별 과정도 엄격하다. 농가에서 1차, 영농조합에서 2차 선별한 뒤 판매를 전담할 ㈜경남무역의 최종 품평회를 받아야 한다. 일부 농가에서 지나친 기준 적용 아니냐며 걱정할 정도다. 사과 재배농민 백형근씨는 “고품질 과일 생산에 주력하려면 재배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이로로 출하 농가에 개당 1만330원 하는 포장박스를 지원한다. 12월 1일 출시식 뒤에는 홈페이지(irroro.com)에서도 주문 판매를 한다.

경남도 서춘수(58)농수산국장은 “이로로를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과 경쟁할 명품 브랜드로 키워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