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밸리 증후군' 벗어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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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테헤란밸리증후군의 가장 큰 주범은 스트레스다. 특징은 일반 직장인들과는 달리 스트레스가 복합적이고, 강도가 심하며, 24시간 계속된다는 점. 따라서 자신도 모르게 불안.초조하며 불면에 시달리는 날이 많다.

문제는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이 장기화될 때 자율신경실조증과 같은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선릉역 부근의 신사의원 고준석원장은 "스트레스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로 가는 신경및 혈관이 압박되어 뇌의 빈혈상태가 유발되고 그 결과 시상하부라는 자율신경기능 통제소가 고장난다" 고 말했다.

이 질환에 의한 증상은 다양하다. 머리가 무겁고 피곤하며, 소화도 안되고 변비와 설사가 반복된다.

심한 경우 손발이 차거나 저리고 안면마비와 같은 감각 이상이 오며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도 특징이다.

한의학적으로는 상실하허(上實下虛)로 설명된다. 한나라한의원 최병학원장은 "몸의 기와 혈이 위로만 집중되어 두통은 물론 목.어깨 등에 통증이 나타나는 반면 운동부족으로 하부 장기가 약해져 만성설사나 무기력증.조루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고 말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은 VDT증후군.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기 때문에 어깨결림.목과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가 하면 안정피로가 계속된다" 고 최원장은 설명했다.

최원장은 "목뼈의 변형과 근육의 긴장.경직은 긴장성 두통.무기력증.팔.어깨결림 등을 불러온다" 며 "심지어 디스크가 신경다발을 눌러 팔이 저린 현상이 오는 경추 디스크환자도 상당수 있다" 고 말한다.

위장병과 지방간 등 소화기질환도 심각한 수준이다. 스트레스와 불규칙적인 식생활과 과음이 원인. 중문의대 차병원 소화기내과 이상종교수는 "스트레스는 위의 연동운동 등 기능이 떨어지는데다 위산이 많이 분비되고, 점막을 보호하는 위액이 파괴돼 위염은 물론 위궤양.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킨다" 고 경고했다.

지방간의 원인은 술. 알코올이 사람에게 필요한 열량을 공급함으로써 남아도는 영양소가 간에 축적돼 지방간이 된다.

이 상태에서 술을 계속 마시면 간세포가 파괴돼 간에 염증이 생기고 섬유질화되어 간경변으로 이행된다.

만성적인 수면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도 체력과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아주대병원 정신과 정영기교수는 "우리 뇌속에는 태양의 주기와 같은 생체시계가 있어 수면을 낮과 밤에 따라 조절하는데 인위적으로 이를 바꿔놓으면 불면의 악순환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고 말했다.

그는 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수면 도중 잠이 깨는 수면유지장애가 많다" 며 "토끼잠 처럼 수면이 깊질 못해 낮에 항상 피로하고 정신이 맑지 않다" 고 부연했다'. ' 성기능장애 중 가장 많은 빈도를 나타내고 있는 발기부전과 조루도 스트레스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굿모닝비뇨기과 안기영부원장은 "정신적인 압박감이 혈관의 혈액유입을 떨어뜨리고, 남성호르몬의 분비장애를 일으켜 심인성 발기부전을 일으킨다" 며 "벤처사업가 뿐 아니라 펀드매니저 등 강도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고 말했다.

테헤란밸리증후군은 결국 환경이 만들어내는 질환이다. 따라서 스스로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한다.

남서울병원 정신과 신승철원장은 "젊었을 때 건강이 평생의 건강으로 이어진다" 며 "작업시간을 강제로 줄이는 등 생활의 리듬을 되찾는 일부터 하라" 고 충고한다.

명상이나 호흡법.사우나 등 짧은 시간에 스트레스를 줄이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개발하는 것도 한 방법. 신원장은 또 "상대방의 기호를 알아 술자리 대신 취미생활이나 주말 운동으로 약속을 전환하는 등 벤처전략만큼 건강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추천했다.

고종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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