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모아 지난 한세기 정리-'역사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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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흔히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 이라고 한다. 한 세기를 보내고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지나간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즈음해 계간지 '역사비평' 이 근대 논쟁을 통해 지난 한 세기를 정리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20일 통권 50호(2000년 봄)발간기념으로 선보이는 별책부록 '한국 근대논쟁사 100년' 이 바로 그것. 편집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김윤경 편집장은 "지난 1백여 년의 역사에서 사회적.학술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었던 주제들을 뽑아 그 내용을 소개하고 의미를 평가하는 형식" 이라고 귀띔한다.

비록 지난 1백여 년간의 논쟁을 한 권의 책 속에 몽땅 담을 수는 없지만 당대 현실과 미래의 방향성을 두고 제기된 문제들이어서 우리의 근현대 사회사가 담겨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 터. '

개화기에는 ▶개항기 새로운 문명의 접촉을 둘러싼 재논의▶단발령에 대한 개화파와 위정척사파의 논쟁▶을사조약을 둘러싼 논박 등이 선정됐다.식민시대의 논쟁으로는 ▶이ㅌ痔?민족적 경륜과 자치논쟁▶식민지 조선사회 성격논쟁 등이 뽑혔다.

해방후 논쟁으로는 ▶해방직후 문학논쟁▶1947~48년의 국가와 노동조합 문제▶협동화와 중공업화 문제▶찬반탁 논쟁 등이 목록에 올랐다.

또 60~70년대에는 ▶한일협정 찬반논쟁▶월남파병▶입시제도 등이, ' 80년대부터 90년대에 이르러서는 ▶6월항쟁 시기 NL:PD론▶박정희 신드롬 평가▶통일론▶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 등을 다루고 있다. 선정된 주제들은 60여 가지에 이른다.

성균관대 서중석교수(한국현대사)가 쓴 '반탁.모스코바결정지지 논쟁' 은 '역사는 반드시 이성적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는 사실을 전해준다.

친탁과 반탁이 격렬하게 맞섰던 당시의 시대상황과 함께 "여운형 등 중도좌파나 김규식 등 중도우파의 주장처럼 먼저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신탁통치에 반대했더라면 해방 정국을 계속 격랑으로 몰아넣은 반탁 대 모스크바결정지지 투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이라는 게 서교수의 견해다.

임대식 역사비평 편집위원(서울대 강사)가 쓴 '한글 간소화 논쟁' 이나 한신대 유문선교수(국문)가 쓴 '60년대 문학에서 순수.참여논쟁' 등은 정치논쟁만큼 민중의 뇌리에 박혀있지는 않지만 이 땅의 역사 속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화논쟁. '50년대 초반의 '한글 간소화 논쟁' 은 전문가간의 이견 표출이 아니라 논쟁의 한 축에 대통령이 있었다는 특징이 있다.

또 문학이 현실과 민중의 삶에 마땅히 응답할 책임이 있는가 없는가를 놓고 다툰 '문학의 순수.참여논쟁' 에 대해 유교수는 "원래 현실에 큰 관심을 가지고 태동했던 한국의 근대문학이 한국전쟁 이후 현실연관성을 크게 상실했으나 이 논쟁 이후 다시 현실과 관계를 회복하게 되었다" 고 설명한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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