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뱅크 경영권 현대重이 되찾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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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호 01면

현대중공업이 외환위기 때 외국자본에 넘겼던 현대오일뱅크를 10년 만에 되찾게 됐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70%를 갖고 있는 1대 주주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의 자회사 두 곳과 2대 주주 현대중공업 간의 국제중재 사건에서 국제상공회의소 국제중재법원(ICC)이 12일 현대중공업 승소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제중재법원은 판정문에서 “IPIC측이 2003년 현대중공업과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현대중공업 측에 보유 주식 전량을 시장가격보다 25% 싸게 팔라”고 밝혔다. 국제중재법원 결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며 단심제다.

1년8개월 끈 국제중재서 승소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현대중공업은 IPIC에서 2억 달러(약 2000억원)를 빌리는 대신 현대오일뱅크 지분의 50%를 주는 계약을 맺었다.

2003년 양측은 법률적 분쟁이 생길 때를 대비해 주주 간 계약서를 일부 수정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영상황이 나아지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 20%를 살 수 있는 권리를 IPIC측에 주고 대여금액을 회수할 때까지 IPIC에 우선 배당권을 주는 내용이다. 배당이 진행되는 동안 현대중공업 측은 배당은 물론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어느 한쪽이 협약을 위반하면 상대방에게 싼 가격에 모든 지분을 매각하는 ‘강제매각권(Deemed Offer)’ 조항도 있다.

양측의 분쟁은 현대오일뱅크의 경영상태가 빨리 좋아지면서 시작됐다. IPIC는 당시 계약에 근거해 2006년 추가로 20%의 지분을 확보, 지분율을 70%로 높였다.

이듬해 IPIC는 보유 지분 일부의 매각을 추진했다. 현대중공업은 IPIC가 그간 잘 받아가던 배당금을 받아가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현대중공업 측은 “2억 달러를 다 갚으면 현대오일뱅크의 경영권을 되찾아 갈 것을 우려해 IPIC가 의도적으로 배당을 중지시킨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IPIC의 고의적 배당 중단은 현대중공업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며 주주 간 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IPIC에 강제매각권을 행사하겠다고 통지한 후 지난해 3월께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했다.

IPIC는 “우리가 현대오일뱅크를 다른 회사에 매각하려는 걸 방해하려고 근거 없이 국제중재를 신청했다.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이므로 지분 30% 전량을 우리에게 팔아야 한다”며 맞제소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국제중재팀(팀장 김갑유 변호사)이 대리했다. 이번 판정으로 현대중공업이 얻을 경제적 이득은 1조원대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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