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부지 39층 아파트 신축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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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95년 6월 붕괴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옛 삼풍백화점 자리에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39층짜리 초고층 아파트단지를 놓고 주민과 서울시.건축주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

삼풍백화점 인근 주민들이 "5층 이상은 절대 안된다" 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건축주인 ㈜대상(大象)은 "법적하자가 없다" 고 맞서 자칫 서울시가 이들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리게 될 위기에 빠진 것이다.

대상은 1997년 서울시로부터 이 부지(6천8백여평)를 2천5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지난해 11월 건축허가 사전 절차인 교통영향평가와 건축계획 심의를 거친 뒤 같은해 12월 7일 지상 39층과 22층짜리 주상 복합건물 각각 두 동씩 네 동을 짓겠다며 서울시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늦어도 허가 신청일 기준으로 90일이 되는 3월 7일까지는 허가를 내줘야 한다.

하지만 삼풍아파트 주민 2천3백90가구 중 87%인 2천80가구가 지난해 11월 고층 아파트 신축 반대 집단 서명서를 서울시에 내면서 문제는 복잡해졌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96년 부지용도를 아파트지구 내 주거 중심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변경할 당시 '건축허가 단계에서 층수를 제한해 주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 고 약속했다" 면서 당시 서울시의회 도시정비위원회 회의록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삼풍아파트 입주자대책회의 송용섭(宋龍燮.63)대표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거.교통환경이 크게 나빠지므로 의견이 묵살될 경우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겠다" 고 주장했다.

대상 정병열(鄭炳烈.51)상무는 "건물 높이를 1개층 낮추면 1백5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며 "허가가 안나면 토지환매 요구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 고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시측은 "오는 9일 주민.건축주를 불러 절충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협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며 난감해 했다.

한편 서울시는 삼풍백화점 참사 뒤 시 예산으로 4천8백억여원의 희생자 보상금을 지출하고, 삼풍측으로부터 보상비용으로 부지를 넘겨받은 뒤 예산 손실 충당을 위해 5층 이하 건축만 가능했던 이 부지의 용도를 상업용으로 바꿔 매각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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