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볼만한 외화] '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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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쉘로우 그레이브' 와 '트레인스포팅' (1994년)의 영국 감독 대니 보일 연출에 '타이타닉' (98년)으로 세계적 스타로 부상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관심을 끌만한 작품이다.

그러나 보일 특유의 화려한 영상과 젊음의 저항정신이 결여된데다 디카프리오의 연기마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아 약간은 실망을 안겨준다. 장면 곳곳에서 '조스' 같은 영화가 연상돼 식상한 느낌도 준다. 알렉스 갈란드의 모험소설 '더 비치' (96년)를 원작으로 했다.

미국 청년 리처드(디카프리오)는 끊임없이 일탈을 꿈꾸는 여행광. 이번에 그가 찾은 곳은 태국의 수도 방콕이다.

그는 '시뻘건 뱀피를 마시며 이국풍물에 흠뻑 젖는다. 그러던 중 '싸구려 호텔에서 마약에 찌들어 정신마저 황폐해진 대피(로버트 칼라일)라는 청년을 만난다.

대피로부터 리처드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낙원이라는 어떤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튿날 리처드의 방문에는 섬의 지도가 걸려 있고 대피는 자기 방에서 온통 피를 뿌린 채 죽어 있다.

이때부터 대피가 일러준 파라다이스를 찾는 리처드의 모험이 시작된다.

'순수함은 결코 영원할 수 없다' 는 메시지를 실으려 했지만 그 순수함을 건드리는 존재들이 마약 따위를 즐기는 히피들이라서 설득력이 약하다.

촬영은 푸켓의 작은 섬 피피레에서 이뤄졌다. 새하얀 모래와 산호초, 에메랄드 바다 등 섬의 아름다움만은 눈이 부실 정도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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