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정위 과징금, 절반 이상 잘못됐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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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름 그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제 검찰'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과징금 부과를 둘러싼 공정위와 기업 간 논쟁, 그리고 이에 대한 공정위의 대응을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정무위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공정위의 패소비율이 55.6%(일부 패소 포함)에 달했다. 법원이 2건 중 1건 이상에서 기업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공정위 측은 지난해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징금 부과기업 10곳 중 4곳이 소송을 제기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기업 측 승소로 끝났다는 사실은 공정위의 업무 처리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공정위 패소율은 최근 몇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우수한 소송대리인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위 변호사 풀을 40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공정위의 대응도 적절치 못하다. 이는 공정위의 패소율이 높은 것은 변호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먼저 '무리한 과징금 부과는 없었는가'하는 반성이 나왔어야 마땅하다.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면 회사는 발칵 뒤집힌다. 자료 준비와 설명에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든다. 회사 업무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고도 과징금이 부과되면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고, 다시 행정소송으로 들어가게 된다. 설사 대법원에서 이겨도 기업이 입는 인적.물적 손실과 경영상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미지 손상은 또 누가 보상할 것인가.

규제완화 및 자율화와 맞물려 공정위의 위상과 역할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공정위는 상전 중의 상전이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먼저 자신들의 업무 처리가 너무 경직적이고 일방적이지 않은지 반성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먼저 기업의 사정을 이해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일관성 있고 공정.투명한 업무 처리, 그리고 기업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공정위의 결정에 마음으로부터 승복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