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유전자 조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미국의 제임스 왓슨과 영국의 프란시스 크릭 등 2명의 생물물리학자가 유전자의 본체인 DNA(디옥시리보핵산)의 구조를 밝혀낸 것은 1953년이었다.

'멘델의 유전법칙' 발견 이후 분자생물학의 또다른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연구로 이들은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DNA가 발견된 지 아직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를 토대로 유전공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오고 있다.

약학.의학.농학 등 여러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다 주는가 하면 지구상 생명체의 진화와 본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쏟아져 나오게 했다.

93년 봄 미국 뉴욕에서 DNA구조 발견 40주년 기념 축하식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인간의 신경을 퇴화시키는 루게릭병의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날아들기도 했다.

바로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평생 앓고 있는 병이다.

여러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발견은 사전진단과 치료를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인간 세포의 DNA 안에 들어 있는 30억자(字)의 유전 암호를 하나씩 해독해 모든 유전자의 완전한 지도를 작성한다는 이른바 '인간게놈 프로젝트' 가 미국에서 발족한 것은 89년이었다.

1차적으로 2005년까지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고 모든 염기배열이 결정되면 암.에이즈.다운증후군.알츠하이머병 등 불치병과 난치병의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어, 그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인 새 장이 열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DNA 기술의 발전에는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 개개인의 정체성 침범에 관한 도덕적.윤리적 문제는 또 그렇다 치더라도 인간 이외의 동.식물에 대한 유전자 조작은 결국 인류사회를 좀먹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유전자조작생물체 (GMO)의 유해성 문제다.

우리나라의 한 생태학자도 "유전자적 혁명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인 듯 보이지만 그 영향이 크면 클수록 그것이 하나의 저주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우려한다.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회의가 5년동안 논란이 돼온 GMO의 교역규정에 관한 '생명공학 안정성 의정서' 를 채택한 것도 그 위험성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다.

이 의정서에 따라 앞으로 2년간의 유예기간이 지난 뒤부터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사실을 표기해야 한다.

여기에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그런 농산물의 수출로 짭짤하게 '재미' 를 봐온 미국 등 강대국들이 이번에는 어떤 '대책' 을 마련할는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