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속 걸으며 '이완의 시간' 만끽-'…시간의 연못'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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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천장에서부터 늘어뜨려진 자잘한 형광빛 실로 만들어진 '빛의 공간' . 그 사이로 전자음악의 불규칙한 음향이 드문드문 들어선다. 불협화음같은 분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관람객들은 천천히 이 공간을 산책한다.

작품과 관객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없애고 '체험으로서의 예술' 을 표방한 전시다. 30일부터 서울 동숭동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0의 공간, 시간의 연못' 이다.

이 전시는 미술회관이 참신한 전시기획자 발굴을 위해 올해 처음 마련한 큐레이토리얼 프로그램(기획공모전)수상작이기도 하다. 설치미술가 김태곤(34)씨와 작곡가 문상준(34)씨가 함께 꾸몄다.

김씨는 지난해 모란 조각대상을 수상하고 제3회 광주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되는 등 미술계의 떠오르는 유망주. 86학번 동기인 문씨는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원을 졸업하고 91년 중앙음악콩쿠르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신예다.

김씨는 "실로 연출하는 '0의 공간' 은 인간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이완된 공간을 의미한다. 6대의 스피커에서 울리는 디지털 음악은 시작과 끝이라는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순환하며 이 공간에 침투하게 된다" 고 설명했다.

전시기간 중 매일 오후7시30분부터 약 30분간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가 마련됐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전시시간도 오후 1시~8시로 조정했다. 입장료 무료. 2월8일까지. 인터넷 전시도 병행해 음악도 미리 들어 볼 수 있다. (http://mypage.channeli.net/stormtree) 02-760-4601.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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