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부산역 일대 심각한 토양 오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서울 용산역과 부산역 일대가 기름과 쓰레기로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역에는 열차를 정비하는 정비창이 있다. 하지만 최근 역세권 개발계획이 수립된 용산역을 제외하고 대전·부산 정비창에 대해서는 정밀 오염조사나 정화작업을 할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비창 있는 곳은 어김없이 오염=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은 12일 “2001년 환경부와 함께 용산·부산·대전 정비창 부근에 대한 환경조사를 실시했다”며 “이때 처음으로 정비창 주변이 상당히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세권 개발이 진행되는 용산역을 제외한 다른 곳에 대한 추가 정밀오염 조사를 하거나 정화작업을 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염 사실을 알고도 8년 동안 방치한 것이다. 코레일이나 환경부는 당시 실시한 환경조사에 따른 자세한 오염 정도를 밝히지 않았다.

용산역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시된 정밀오염 조사에서 오염 실태가 베일을 벗었다. 용산역 개발사업부지 35만6429㎡의 70% 정도(24만4654㎡)가 당장 정화 대책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부지 일부에서는 구리·납·아연·니켈 등 중금속과 기름이 7m 깊이까지 있었다. 오염된 토양의 부피만 46만6482㎥였다. 구리의 경우 최대 오염도가 2115ppm으로 기준치 50ppm의 40배가 넘었다.

콘크리트 덩어리, 폐침목, 소각재, 폐파이프 같은 쓰레기도 37만875t이나 묻혀 있었다. 15t 트럭 2만5000대 분량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용산역은 민간에 매각해 개발하다 보니 오염 정도나 쓰레기 매립이 밝혀진 것이고, 나머지 지역은 공사가 직접 사용 중이어서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에서 막대한 양의 쓰레기가 발견된 것에 대해서는 2001년 이전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지만 언제, 어떤 경위로 묻히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철도차량 정비단의 이주열 관리파트장은 “용산정비단이 105년 전에 설립됐을 정도로 역사가 워낙 오래돼 주변이 오염된 것은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오염 조사를 한 한국농어촌공사 홍순욱 과장은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데 100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청은 12일 “2011년 5월 말까지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라는 명령을 5월에 내렸다”고 밝혔다. 오염 정화는 2년 내에 마쳐야 한다. 다만 1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105년간 누적된 토양 오염=용산역은 국내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인천~노량진)이 개통된 이듬해인 1900년 세워졌다. 경인선을 서울역까지 연장하면서다. 당시는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낮았다. 그러다 60~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쳤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화물을 수송하기에 급급했다. 토양에 기름이 스며드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웬만한 폐기물은 그냥 땅속에 묻었다. 용산역 인근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경의선 출퇴근 열차 등을 정비하는 수도권철도차량 정비단이 있다. 차량을 정비할 때는 각 부품에 ‘기름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기름과 중금속이 흙 속으로 조금씩 스며들며 오염에 찌들어갔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정화작업이 사업계획에 들어 있어 사업 진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과 용산역세권개발은 연말까지 토양 정화 사업자를 공모해 내년부터 오염을 정화할 예정이다.

강찬수·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