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관치경제' 회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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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신임 재정경제부 장관의 전경련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일련의 발언이 언론의 심판대에 오르내리고 있다.

마치 재벌경영에 대해 직접 간여하는 관치주의로 이해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전경련과 같은 민간단체나 개별기업의 이사진 구성과 같은 구체적 사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장참여자들에게 달라진 법과 제도의 취지를 정확히 알리고, 의식과 관행이 달라지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이는 책임있는 정책당국자로서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 기업개혁의 화두가 '당면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의 슬림경영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올해의 과제는 이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경영진이 주주와 시장에 대해 얼마나 책임지고 미래를 대비한 경영을 펼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사진의 독립성 여부가 시장에서의 평가를 좌우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제 디지털경제가 도래하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우리도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지향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회계 및 공시제도, 경영권 인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변화도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달라지고 있는 법과 제도의 취지에 맞춰 시장참여자들이 자기의 권한과 책임을 정확히 알고 행동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지적하는 것이 과연 반시장적일까. 전경련과 같은 사업자단체도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변모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표시가 관치주의로의 회귀일까 반문하고 싶다.

이제 우리도 주요 정책당국자들이 시장에 선도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주목해야 할 시기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정책조정심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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