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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차, e-메일로 쌍용차 기술 유출 지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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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디젤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을 상하이차에 넘긴 혐의(영업비밀 누설 등)로 쌍용차 종합기술연구소 이모(49) 상무 등 연구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에게 기술 유출을 요구했던 쌍용차 종합기술연구소 전 부소장 중국인 J씨는 같은 혐의로 기소중지됐다.

검찰에 따르면 쌍용차는 2004년 6월 독일의 FEV사와 공동으로 디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중앙통제장치(HCU)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쌍용차는 정부로부터 56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기술은 2007년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됐다.

검찰 조사 결과 상하이자동차 하이브리드 개발팀장은 2006년 7월 13일 J씨에게 “올 연말까지 개발을 마쳐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도와달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J씨는 이 e-메일을 다시 이 상무에게 전달하며 기술유출을 지시했다. 이 상무는 직원을 시켜 회사의 공식적인 답변을 가장해 FEV사에 “상하이차에 기술을 제공하라”는 e-메일을 발송했다고 한다. 이후 HCU 핵심 기술이 담긴 보고서는 상하이차에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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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무 등은 또 2007년 6월 쌍용의 ‘카이런’ 디젤엔진과 변속기 기술 자료를 상하이차 측에 e-메일로 보냈다. 검찰은 이들이 2005년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를 통해 하이브리드차 전용 회로도를 입수해 도면 작성에 활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나 정부기관 보고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상무 등은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최대주주임을 의식해 기술을 유출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이득은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찬식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주식 인수를 통한 합법적인 인수합병(M&A) 절차를 거쳤더라도 별도 법인이 존속한다면 기술 이전, 라이선스 계약 등을 통하지 않고 회사의 기술을 무단 이전할 경우 범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법원도 지난달 M&A 절차를 거친 뒤 기술을 빼돌린 비오이하이디스(구 하이닉스 LCD부문) 기술유출 사건 항소심에서 업체 대표이사 등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의도적으로 국익에 반하는 탈법적 기술유출 행위를 조장하거나 시도한 사실이 없다”며 “해당 기술은 기술적 수준이나 가치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2007년 1월 국가정보원의 첩보로 시작돼 2년여 만에 종결됐다. 중국과의 외교·통상 마찰을 고려해 기소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인물인 중국인 J씨는 국내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올 1월 말 중국으로 나간 뒤 신병치료를 이유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상하이차는 2005년 1월 쌍용차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올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해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박유미·이승녕 기자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가솔린·디젤 등을 사용하는 내연기관과 배터리로 작동되는 전기모터가 결합된 자동차. 차세대 환경자동차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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