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환경부 노조 바른 길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환경부 공무원 노조가 어제 민주노총 가입 철회를 결의했다. 전국통합공무원노조(통합노조)를 결성해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간 지 50여 일 만이다. 애초 공무원 노조가 정치 색채 짙은 단체에 가입한 것부터 잘못이었지만 이른 시일 내 바른 길을 찾아 궤도 수정을 했다는 점에서 이성적이고도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통합노조 산하 중앙부처 공무원 노조 중 상급단체 탈퇴를 결정한 것은 환경부가 처음으로, 민주노총 가입 철회를 논의 중인 다른 공무원 조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노조는 어제부터 가입 철회를 위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 중이며, 통계청도 14일 대의원 대회에서 탈퇴를 논의할 예정이다.

공무원 노조들의 민주노총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환경부 노조 위원장은 “정치 중립을 지키면서 건전한 노조활동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민주노총 가입에 비판적인 여론에 맞설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민주노총은 특정 정당과 노선을 공유하고 있으며 불법 파업을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조직의 산파역을 맡았던 고 권용묵씨가 자신의 고백서에서 “민주노총 현장은 파업과 비리로 동이 트고 해가 진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환경부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이라고 평가된다. 환경부 노조도 자인했지만 국민은 공복(公僕)의 정치적 일탈과 불법 비리를 결코 용납지 않는다. 최근 한 여론조사도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공무원들의 민주노총 가입에 반대하며, 5명 가까이가 가입을 원천 봉쇄하는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에 가입한 모든 공무원 노조는 환경부 노조의 고심과 결단을 곱씹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공무원은 근로자이기에 앞서 국민에 봉사하는 공복의 신분임을 먼저 인식해야만 노조활동도 명분이 설 수 있다. 국민 앞에 정치 중립 의무를 존중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통합노조 산하 다른 노조들도 용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