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대학도 교통투자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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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장삿속이 아닙니다. 주차요금을 받지 않으면 캠퍼스가 엉망이 됩니다. "

정도(正道).질서를 가르치는 대학 구내에 주차의 편법.무질서가 판을 치고있다.

서울의 모 대학. 오랜 전통의 교사 사이사이 자투리 땅에 주차구획선을 긋고 매달 1억원의 주차장 수입을 올린다.

상당수 대학이 이처럼 '외부차량을 제한' 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평당 수천만원짜리 땅에 버금가는 주차요금을 한 밤중에도, 휴일없이, 통행이 뜸한 방학에도 받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적 하자는 없다. 돈을 받든 안 받든, 누구에게 얼마를 받든 학교 마음대로다" 는 설명이다.

억울한 쪽은 대학주변 주민이다.

툭하면 최루가스에 시달리며, 학교 행사때마다 주변도로는 교통지옥이다.

요즘은 동네 골목길에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는 학생들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대학은 주민들이 지름길로 대학구내길을 이용하려 들면 주차료를 받아 이를 막고 있다.

몰염치는 이 뿐이 아니다.

주차료가 비싼 대학일수록 건물만 빽빽하고 캠퍼스는 조밀(稠密)하다.

주차장은 아침 일찍부터 꽉 찬다.

입구에선 그러나 뻔한 사정에도 차를 오는대로 들여보낸다.

스승.제자가 체면 불구하고 자리를 다투는가 하면, 급하면 아무 곳에나 세운다.

자신도 모르게 대학캠퍼스에서 요령.몰염치를 익히는 셈이다.

대학도 교통시설에 투자해야 한다.

건물.학생수를 늘린 만큼 주차장.도로를 늘려야 한다.

더불어 대학 역시 커뮤니티의 일부라는 인식에서 대학구내 통행로를 주민에게 개방하는 성의도 필요하다.

음성직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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