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나 뼈는 '고무줄'…생존위해 몸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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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살기 위해 몸집을 줄인다-' . 적지않은 생물학자들이 지금까지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척추동물에 관한 한 이런 연구결과는 한번도 정설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측정오차' 니,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얘기' 니 하는 반박에 부닥쳐야만 했던 것. 이러한 학계의 분위기 때문에 미국 일리노이대 비켈스키 교수팀 역시 처음엔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먹을 것이 적은 해에는 이구아나의 몸집이 확실히 작아지는 것이었어요. 18년간이나 철저히 추적해 얻은 결과이니만큼 믿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 이구아나는 파충류의 일종. 요즘에는 애완용으로도 인기있는 동물이다.

스키 교수팀이 남미 갈라파고스 섬에서 이구아나의 생태연구를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 '갈라파고스는 다윈의 진화론을 꽃피운 섬으로도 유명한데 이번에 또 색다른 연구결과를 내놓는데 한몫했다. "1997~98년은 엘니뇨가 심해 이구아나들에게는 정말 고통스런 해였습니다. 6백마리 이상 되는 이구아나에게 꼬리표를 붙이고 연구했는데 이것들의 몸길이가 2년 동안 최고 7㎝가량이나 줄었습니다. " 몸집이 준 사실에 놀란 연구팀은 과거 통계를 살폈다. 그 결과 엘니뇨가 있던 1987~88, 1992~93년 등엔 예외없이 몸집이 줄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연구팀의 톰박사는 "엘니뇨가 있을 때면 이구아나의 식량인 녹.홍조가 크게 줄고 대신 먹기 힘든 갈조가 늘어납니다. 이런 식으로 먹을 것이 줄어들면 큰 몸집이 불리할 수밖에요" 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몸집이 줄어드는 것은 일반 조직보다는 뼈의 크기가 축소된 결과라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구아나의 몸길이는 30㎝ 안팎. 흉년 때 이 길이를 1㎝ 줄이면 생존할 확률은 10% 이상 높아졌다.더욱 더 줄이면 최고 35%까지 생존율이 높아졌다.

"주변 여건이 좋아지면 이구아나의 뼈는 다시 커집니다. 인간에게는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지요. " 연구팀은 호르몬이 이런 변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일 정확한 메카니즘이 밝혀지면 노화에 따른 인간의 골다공증이나 뼈 길이 축소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연구팀의 이러한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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