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제작 '총선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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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4.13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 여당총재인 대통령부부가 오락프로에 나와 한시간반 가까이 모습을 보인 것은 문제 아닙니까?"

지난 17일밤 MBC '21세기 위원회' 에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출연한 특집방송이 나간후 MBC와 신문사에는 시청자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이들은 특히 선거일 90일 전부터 입후보 예정자의 출연을 금하는 방송위원회 규정이 지난 14일부터 발효됐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입후보 예정자는 아니지만 정치적 인물인 대통령이 하필 이 출연금지기간중에 나오느냐" 고 지적했다.

연출자 김영희PD는 "출연금지기간이 시작된 줄 몰랐다" 며 "지난해 8월 방송하려다 노조파업 때문에 녹화가 지연돼 이제서야 방송했을 뿐 편성에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 고 해명했다.

출연금지기간이 시작됨에 따라 '21세기 위원회' 뿐 아니라 방송 3사 프로그램 연출자들은 출연자 근황을 체크하느라 바쁘다.

특히 출마설이 강하게 돌았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의 진행자 문성근씨, '좋은 아침' 진행자 한선교씨, KBS 'TV내무반 신고합니다' 진행자 이계진씨, MBC 손석희 아나운서 등은 제작진이 여러 차례 출마여부를 물어 "그럴 계획이 없다" 는 확답을 받고 계속 출연시키고 있다.

반면 총선 출마를 굳힌 황수관씨가 지난 연말부터 출연을 중단한 '호기심 천국' 은 3주째 대체인물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출자 정순영PD는 "'지명도 높은 진행자로 키워내기가 대단히 어려운데 '애써 지명도를 높여놓은 사람만 데려가는 정치권이 야속하다" 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밖에 방송3사 영화부 관계자들도 입후보 예정자들이 조금이라도 얼굴을 내민 영화를 편성에서 제외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다.

그러나 '21세기 위원회' 처럼 일부 프로 제작진은 출연금지기간이 시작된 사실조차 모르고있어 방송사 차원의 '계몽' 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입후보 예정자의 출연여부를 감시하는 모니터작업에 들어갔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입후보 예정자의 양심" 이라며 "선거 직전까지 시치미 뚝 떼고 출연하다가 돌연 출마를 선언하는 경우는 방송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 당사자는 제재할 방법이 없는게 가장 큰 문제" 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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