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해외에선] "컴퓨터 바이러스 꼼짝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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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987년 미국의 델라웨어대에서 '브레인' 이라는 이름의 컴퓨터 바이러스가 출현한 이후 지금까지 1만여종의 바이러스가 등장해 컴퓨터 이용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특히 최근 들어 신종 바이러스가 하루 평균 6개씩 생겨나는 실정이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컴퓨터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컴퓨터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전세계적으로 1백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스미스가 유포시킨 '멜리사' 바이러스는 지난해 미국 경제에 4억 달러의 피해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 등 바이러스의 피해는 상상보다 크다.

그러나 이처럼 사이버공간의 골칫거리로 여겨 졌던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의 천적(天敵)이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넘나들며 급속도로 전파되는 바이러스를 막아줄 첨단무기는 생체 면역 원리를 응용한 '디지털 면역 시스템' (Digital Immune System).통신망에 외부 침입자가 발견되면 즉각 자동 방어체제를 구축하는 기술이다.

세계 최대 컴퓨터 업체인 IBM과 백신 프로그램 '노턴' 으로 잘 알려진 시만텍이 이 시스템을 개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92년 뉴멕시코대의 스테파니 포레스트 박사와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앨런 패럴슨에 의해 처음 고안됐다.

디지털 면역 시스템은 바이러스의 발견부터 퇴치까지 전 과정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채 자동으로 수행하는 것이 특징. ' 소요시간도 몇 분이면 충분하다.

작동원리는 사용자의 네트워크에서 신종 바이러스 침입이 감지되면 이를 인터넷을 통해 자동 분석센터로 보낸 뒤 이곳에서 바이러스를 분석, 퇴치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여기다 퇴치법을 사용자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시스템으로 전파, 바이러스가 아예 발을 못 붙이도록 만드는 기능까지 갖고 있다.

포레스트 박사는 "바이러스가 점점 지능화되면서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들도 생물학 원리들을 응용하는 추세' 라며 "생태계의 바이러스가 면역체계에 대응해 진화해 온 것처럼 바이러스 제조자들도 이제 다른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이라고 말한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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