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재경 "전경련 해체" '농반진반'발언에 쑥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 첫날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문제가 된 발언은 李장관이 개각 발표가 있기 직전인 13일 오전 금융감독위원회 출입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던 중 "전경련이 지금처럼 활동한다면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 고 한 내용.

사견임을 전제로 나눈 대화를 일부 언론이 보도하고 李장관의 평소 소신에 비춰 '재벌을 향한 전방위 압박을 개시하려는 게 아니냐' 는 재계의 우려까지 나오자 李장관 측은 "출입기자들과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한 것뿐 결코 전경련 해체를 주장한 것이 아니다" 고 해명했다.

李장관은 당시 기자들에게 "디지털 경제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각 경제주체들이 발상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 며 "언론을 비롯한 재벌.노동자들이 세상이 무섭게 바뀌는 데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고 강의하듯 자신의 경제관을 얘기했다.

李장관은 이어 특유의 독설과 유머를 섞어가며 전날 전경련에서 '코스닥 주가 거품' 운운하며 '코스닥 경계론' 을 공식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것을 질타했다.

전세계에 지식.정보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해 자금과 인재가 벤처.디지털 산업으로 몰리는 것을 방해해서는 곤란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李장관은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예를 몇개 들었다. "전경련이 기업자유를 요구하는 것은 재벌의 부정부패를 봐달라는 것이 아니냐" "전경련은 오너들의 사교클럽이지만 경영부실로 지금은 채권단이 사실상 대주주인 곳이 많다" 는 등등. 전경련 해체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농반진반 나온 얘기였다.

한편 李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손병두 부회장 등 전경련 임원들은 14일 발언의 진의와 배경을 파악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李장관의 발언이 전경련 해체를 목표로 삼은 것인지, 아니면 오너 중심의 전경련 조직을 개편하자는 것인지를 놓고 내부에서 해석이 엇갈리기도 했다.

孫부회장은 "전경련은 밖에서 해체하려 하면 할수록 더욱 강해질 것이다. 최근 회장단이 자주 못 모이는 등 결속력이 약화돼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결속력 강화방안을 만들겠다" 며 '항전' 의지를 밝혔다.

김동섭.이정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